지역혁신 위한 노력 우선돼야,
지방대 인재양성 되짚어 봐야

최근 지방분권에 대한 기대와 그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 마치 지방을 살리는 유일한 처방이 지방분권이라는 정서가 팽배해진 것도 사실이다. 지방분권이 역사적으로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그 취지를 충분히 살리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전제되어야 함도 놓쳐서는 안 된다.
일반적으로 지방분권은 단순히 중앙정부의 행정권한 이양뿐만 아니라 인적 및 물적 자원의 균형적 분산을 동시에 의미하고 있다. 그러므로 권한 이양에 따른 지역자치의 역량이 그만한 일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느냐도 따져보아야 한다. 지방권력의 부패와 무능을 이유로 중앙정부의 관여와 통제가 계속된다면 지방 분권은 허울뿐일 것이다. 이러한 우려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지역혁신을 위한 지자체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개혁이라는 말에는 은연중에 중앙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으로 인식되어 있다. 천만의 말씀이다. 지방 분권 운동에 제대로 힘을 싣기 위해서는 지역 혁신이 우선되어야 한다. 지역혁신 없는 지방분권은 지방의 부패와 비리로 연결되어 지역 토호세력의 뿌리만 살찌우게 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지역 발전은 사람과 일자리로 귀착될 수밖에 없다. 영남권의 대표적인 도시라 할 수 있는 대구가 인구정체 현상은 물론 노령화 추세를 보이고. 포항 역시 인구 감소 현상을 보이며, 군위군은 전국에서 가장 노령화된 도시라고 한다. 그 이유는 젊은 사람들이 모여들 수 있는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인재와 세원은 함께 간다고 할 수 있다. 일자리가 없는데 인재를 불러들인다는 것은 그들을 실업 상태로 만들겠다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
수도권 공장 총량제 등 각종 규제가 있는데도 기업이 수도권으로 몰리는 원인은 규제를 감수하더라도 수도권이 지방보다 행정 서비스 측면이나 유통, 인적 자원 조달 등 운영 시스템 측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지방 분권이 이런 측면을 얼마나 감당해 주느냐도 심각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인재할당의 한 방법인 지방 대학 육성도 지방 대학 자체의 혁신 없이는 소정의 효과를 얻을 수 없다. 한때 대학마다 ‘테크노, 과학, 정보’ 등의 이름을 붙이며 특성화를 꾀한다고 떠들었지만 대부분의 대학이 그게 그것이었다. 취업이 잘된다니까 너도나도 복지와 유아교육 관련학과를 신설하여 오히려 졸업생들의 가치만 떨어뜨린 결과를 낳고 말았다. 각 기업체의 신입사원 모집에 지방 대학 졸업생을 홀대한다는 이야기가 단골메뉴로 등장하고 있다. 지방 대학에서는 기업만 탓할 것이 아니라 그 대학 자체의 인재 양성에 문제는 없는지를 되짚어보아야 한다.
인재 지역할당제 역시 그 졸업생을 충분히 그 지역에서 감당할 수 있을 때 가능한 것이다. 서울대의 신입생 지역할당제는 중국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는 제도이다. 중국의 예를 보면 북경대학에 지역별로 배정된 입학생은 졸업 후 그 지역에 돌아가서 일하도록 되어 있다. 즉 입학은 물론이지만 졸업 후까지 인재를 그 지역에서 관리하고 있다. 우리는 다만 입학생만 지역으로 할당하겠다는 것은 또 다른 불평등을 낳게 될지도 모른다.
이제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하는 지방 분권의 모습이 추진위의 법적 권한 미비로 아직 어떻게 진행될지 속단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지방분권은중앙정부의 권한 이양도 중요하지만 결국은 지역에 대한 지역민의 애정과 문제 해결을 위한 실력연마와 경쟁력에 달렸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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