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이 12일 발표한 줄기세포 논문조작 사건 수사결과는 상세한 조작 경위를 밝힌 점에서 서울대 조사위원회 보고서와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수사권이 없는 학내기구인 서울대 조사위의 1월10일 발표는 '논문이 조작됐다'는 학문적 결론에 그쳤으나 검찰은 4개월간 수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을 세부까지 파헤쳐 의혹을 상당부분 해소한 것이다.

검찰은 서울대 조사 범위 밖이었던 황 전 교수팀의 연구비 횡령과 난자 불법조달 등에 대한 수사결과도 내놓았다.

◇ NT-1 조작부터 黃박사 개입 = 서울대 조사위는 2004년 사이언스 논문에 실린 줄기세포 NT-1에 대해 데이터 조작 사실은 밝혔으나 구체적 조작 경위는 관련자 진술이 엇갈려 규명하지 못했다.

그러나 검찰은 황 전 교수가 난자제공자 체세포 시료를 2개로 나누어 보내도록 연구원들에게 지시하는 수법으로 DNA지문검사 조작을 감행한 것으로 판단했다.

핵심 데이터인 NT-1의 DNA지문검사를 아예 하지 않고 논문을 냈다는 것이다.

이는 서울대 조사위가 밝혔던 NT-4∼12번 조작과 똑같은 수법이다.

◇ 김선종 '섞어심기' = 검찰은 김선종 연구원의 허위 보고를 계기로 황 전 교수가 2005년 사이언스 논문조작을 감행하게 된 것으로 판단했다.

김 연구원이 줄기세포 2개를 수립했다고 허위보고하자 황 전 교수가 이를 믿고 "지금은 없어도 나중에 만들어 채워 넣을 수 있다"며 연구원들에게 나머지 9개 줄기세포의 데이터 조작을 사실상 지시했다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줄기세포가 자꾸 죽자 미즈메디병원의 수정란 줄기세포를 가져와 체세포 복제 줄기세포 배양접시에 섞어 심었고 허위보고가 탄로날 것을 우려해 NT-2,3번 검사용 시료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대 조사위 조사에서는 일부 사진 조작을 제외하고는 김 연구원의 역할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었다.

◇ 黃박사가 논문조작 총괄지휘 = 논문조작 지시 관계를 상세히 밝히지 못한 서울대 조사위와 달리 검찰은 황 전 교수가 2004년, 2005년 사이언스 논문 모두 조작을 총괄지시했음을 밝혀냈다.

황 전 교수는 DNA지문검사, 테라토마 형성검사, 배아체 형성검사, 면역적합성 검사, 배반포 및 줄기세포 확립성공률, 영양세포 조작, 면역염색사진, 핵형검사 등 을 조작해 논문에 싣도록 지시했다는 것이 검찰이 내린 수사결론이다.

서울대 조사위는 권대기 연구원으로부터 "황 전 교수가 NT-4∼12번 시료조작을 지시했다"는 진술을 받았으나 황 교수가 이를 극구 부인해 해당 부분을 보고서에서 제외한 바 있다.

◇ '처녀생식' 판단 유보 = 서울대 조사위는 1월10일 보고서에서 NT-1이 처녀생식의 산물일 가능성이 높다고 적시했다.

검찰은 서울대 조사위와 마찬가지로 NT-1이 처녀생식의 산물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지엽적인 부분에 대한 논란을 피하기 위해 "이 부분에 대한 결론은 과학계의 몫"이라며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NT-1 최초 실험 주체가 박을순 연구원이라고 판단한 점은 검찰수사에서 서울대 보고서 내용과 달라진 부분이다.

서울대는 조사위 보고서에서 NT-1의 최초 수립 주체가 박을순 연구원이 아니라 이유진 연구원일 가능성에 비중을 뒀으나 이달 초 발표한 연구처 명의의 추가자료를 통해 해당 부분을 수정한 바 있다.

◇ 미즈메디팀 조작 사례 = 검찰은 서울대 조사 범위에서 제외됐던 김선종 연구원 등 미즈메디병원 연구원들의 다른 연구 조작 사례도 밝혀냈다.

김 연구원은 지난해 6월부터 8월까지 이병천 서울대 수의대 교수의 지시로 개 줄기세포를 배양하는 작업을 맡았으나 이때도 엉뚱한 세포를 섞어넣은 뒤 허위로 보고해 실험 실패의 일부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외부에 분양됐던 미즈메디병원 수정란 줄기세포의 핵형검사 결과에 문제가 생기자 윤현수 한양대 교수, 박종혁, 김선종 연구원 등이 짜고 재작년 5월부터 이를 다른 수정란 줄기세포로 바꿔치기해 재분양했던 사실도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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