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전의 궁극적 이유는 석유 때문’ 주장

중동과 유럽·미국 정치·경제 현실 분석
세계적인 반전 여론에도 불구하고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에 대한 공격을 단행했다. 세계 100여 개국 400만 명 이상의 반전 시위에도 미국과 영국은 UN결의 없이 전쟁을 시작한 것이다.
프랑스와 러시아를 비롯한 각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영국이 전쟁을 강행한 이유는 무엇일까?

과연 미국이 외치는 것처럼 전쟁의 명분은 있는 걸일까? 세계적인 반전의 지성, 노엄 촘스키와 밀란 레이의 ‘전쟁에 반대한다’(산해 펴냄)는 미국의 전쟁에 반대하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조목조목 따지고 있다.
미국과 영국의 논리는 하나다. 이라크가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테러리스트를 옹호하는 ‘악의 축’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UN사찰단의 사찰 결과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어떠한 증거도 찾지 못했고, 미국 또한 그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또한 테러집단을 옹호하고 있다는 어떠한 증거도 없다.
두 저자는 전쟁에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로 이러한 증거도 없이 주먹을 휘두르고 있는 ‘빅부라더’ 미국의 음모적 전쟁을 비판하고 있다.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의심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UN을 통한 외교적, 평화적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개전한 것이다. ‘세계의 경찰’이라고 자처하는 미국의 위선적이고 오만함을 그대로 드러낸 전쟁이 바로 대 테러전이다. 테러전으로 인해 희생된 아프가니스탄 주민의 고통과 참상은 미국에게 있어서는 아무 것도 아닌 것이다. 아직도 아프가니스탄은 전쟁의 상처로 신음하고 있는데 또 전쟁을 일으킨 것이다.
전쟁은 어떤 이유에서도 정당화 될 수 없는 비도덕적인 것이다. 세계 곳곳에서 전쟁을 몸으로라도 막겠다고 나선 한국인 배상현씨를 비롯한 인간 방패들이 바그다드로 들어가는 이유 또한 여기에 있다. 전쟁은 인류 최대의 적이다. 아무 것도 모른 채 전쟁에 희생되어가는 아이들, 하룻 밤 사이에 부모, 형제를 모두 앗아갈 수 있는 전쟁이야 말로 더 이상은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이 세계를 무시하고 전쟁을 하려는 숨은 의도는 어디에 있을까? 바로 석유다. 두 저자는 전쟁의 궁극적인 이유는 바로 석유라고 말한다. 미국의 가장 큰 관심사는 후세인도 대량살상무기도 아니다.
중동은 세계를 움직이는 에너지의 원천인 석유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은 이 석유를 전략적 힘의 원천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미국은 이집트나 사우디처럼 중동의 대표적인 국가들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러나 이라크가 항상 눈에 가시였던 것이다. 바로 이 점이 전쟁을 하지 않고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가 있음에도 전쟁을 강행하려는 이유인 것이다.
저자 촘스키와 레이는 이런 미국의 위선적이고 오만한 시각을 10가지 구체적인 이유를 들어 조목조목 비판한다. 중동과 유럽 그리고 미국의 정치 경제적 현실과 상황을 분석해 제시하며 ‘총 대신 꽃을 들자’는 반전 구호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하지만 폭풍전야의 이라크전은 결국 막을 수 없었다. 또 다시 같은 지구상에 살고 있는 인간으로서 마땅히 모멸감을 느껴야 하는 전쟁의 참상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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