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식장·喪家 후보자 총출동 악수 공세

‘선거철만 되면 결혼식장이나 상가집 가기가 짜증 나요’

14일 영양읍에 있는 모 결혼식장.

친척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이날 예식장을 찾은 대구에 사는 김모씨(48)씨는 친지들과 축하 인사를 나누기도 전에 달갑지 않은 손님과 먼저 인사를 해야 했다.

“이번에 어디에 출마하는 ○○○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처음 보는 얼굴인데다 외지에 살고 있어 투표권도 없는데 무조건 사람들이 모인 장소에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찾아오는 지방 선거에 출마하는 예비 후보자들이 그들이다.

이날 결혼식장을 찾은 후보들만 군수 후보를 비롯해 광역의원 후보, 기초의원 후보 등 10여명선.

이들은 염치, 체면는 안중에도 없는 듯 예식장 곳곳을 누비며 만나는 사람마다 반 억지로 손을 끌어 당겼다.

결혼식이 시작되기 1시간여 전부터 아예 예식장 입구서 진을 치고 명함을 나눠주는 후보도 있었다.

이날 결혼식장을 찾은 가족, 친지 등은 누구를 막론하고 이들의 악수와 명함세례를 피하기 어려웠다.

이처럼 5·31 지방선거를 보름여 앞두고 출마 후보자들이 어딜 가도 환영 못받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다.

‘초대받지 않은 자리’에 불쑥 불쑥 나타나 분위기를 깨기 일쑤기 때문이다.

최근 영양읍의 모 장례식장 역시 지방선거 출마 후보들의 발길을 피해가지 못했다.

고인을 기리며 엄숙해야 할 자리가 3일간 20여명에 이르는 예비 후보들이 다녀가 어수선한 ‘선거판’이 됐다.

이처럼 결혼식과 상가집 뿐만 아니라 입택이나 개업, 돌잔치 등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면 무조건 나타나는 후보자들 때문에 참석자들이 여간 곤욕스러운 것이 아니다.

주민 권모씨(40)는 “손을 내미는 데 악수를 안 할수 도 없고, 손님들 모두가 일어났다 앉았다 불만스러워 했다”면서 “선거도 좋지만 가릴 건 아려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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