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보물·고서 2천여권 등 전국 최다
종택·향교 무방비…정부차원 대책 강구해야

국립박물관에 보관중이던 국보가 강탈당하는 사상 초유의 사건이 발생는 등 국가 문화유산 관리의 총체적 부실이 드러나고 있다. 국립공주박물관 전시실 출입문 자물쇠를 뜯고 들어가 둔기로 전시장 유리문을 부순 뒤 국보 247호 백제시대금동불을 비롯, 고려시대 상감청자 등 문화재 3점을 강탈해 간 것이다.
국보가 전시돼 있던 전시실엔 폐쇄회로TV조차 설치돼 있지 않았다. 국보가 이처럼 푸대접 받고 있는 것을 보면 지방자치단체 지정 문화재나 비지정문화재는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는 지경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경북지역은 2002년 한 해 동안 문화재청에 보고된 ‘도난문화재신고’ 가운데 신고 건수가 가장 많은 9건을 기록했고, 도난 문화재의 수량도 전국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재청 도난문화재정보에 의하면 지난해 전국에서 보고된 문화재도난 건수는 모두 19건인데 비해 경북이 8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대구도 1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 들어서도 지난달 26일 의성군 관덕동의 ‘관덕동삼층석탑’(보물 188호)이 도굴되는 등 문화재 관련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도난 문화재 가운데는 비지정문화재 뿐만 아니라 국가지정문화재인 보물 제917호 ‘배자예부운략판목’을 비롯, 도유형문화재 4종 등이 포함돼 있어 문화재 관리가 얼마나 허술하게 이뤄지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한 해 동안 경북지역에서만 고서적 2천여권과 판목 286판이 도난 돼 문중의 종택이나 향교 등에 보관중인 문화재들이 표적이 되고 있지만 체계적 조치가 취해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1월1일 성주군 성주읍 예산리 성주향교에 보관 중이던 ‘성주향교 향안’ 7권을 도난당한 것을 시작으로 1월 13일에는 상주시 사벌면 하달리 상산박씨문중 소유 ‘양석’이 도난신고됐다. 3월 17일에는 안동시 길안면 대사리 안동 권씨 용만종택 장판각에 보관중이던 경북도 유형문화재 제224호 ‘영가지(永嘉地) 및 책판’ 3매가 도난됐고, 6월11일과 12일 사이에는 경주시 내남면 이조리 최씨문중 소유 경북 유형문화재 제280호 ‘최진립 전적 및 벼루 옥로잠 등 유품’을 대거 도난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벼루와 옥로잠은 물론 비지정문화재인 고서적 500여권이 한꺼번에 도난된 것.
이어 9월 17일에는 경주시 강동면 양동리 양동민속마을내 손동만씨가옥 서백당에 보관중이던 ‘주역전의대전’ 등 고서적 62종 306권이 도난되는 등 이 마을 6개 가옥의 고서 1천여권 등 비지정 문화재가 싹쓸이 도난을 당하기도 했다.
문화재청의 자료에 의하면 경주의 경우 신라 왕릉 36기 가운데 11기가 22차례에 걸쳐 도굴당한 것으로 나타났고, 최근에도 의성 관덕동석탑이 도굴됐으며 경주 남산 일대에서도 도굴이 성행하고 있지만 관리 당국은 예산과 관리 인원 타령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화재 관계자는 “이번 국보 강탈 사건을 계기로 정부차원의 면밀한 문화재 관리 방안 마련은 물론 예산과 인력의 확충을 통해 실질적인 문화재 관리가 이뤄 질 수 있게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보·보물 문화재 도난 및 강탈 일지
▲1995년 1월 28일 = 전남 순천시 송광면 송광사 국사전에 보관돼 있던 송광사 16조사 가운데 1, 2, 13세 조사를 제외한 13명 조사의 진영(보물 1043호) 도난.
▲1999년 3월 30일 = 충북 괴산군 소수면 몽촌리에서 유 모씨 소유의 유 근 영정(보물 566호) 도난.
▲1999년 9월 18일 = 전북 익산시 삼기면 기산리 현동사 보호각 내에 보관돼 있던 연안 이씨 종중 문적(보물 651호) 공신록 1축과 공신회맹록 1축 도난.
▲2001년 1월 6~8일 = 서울시 동대문구 제기동 H아파트에서 서 모씨 소유 서원화개첩(국보 238호) 도난.
▲2002년 11월 12일 = 경북 청도군 금천면 신지리 선암서원 장판각에 보관돼 있던 배자예서운략판목(보물 917호).
▲2003년 5월 15일 = 충남 공주시 중동 국립공주박물관에 30대 초반의 괴한 2명이 침입, 공주의당금동보살입상(국보 247호) 강탈.


2002년 이후 경북지역 문화재 도난·도굴 일지
▲2002년 1월1일=성주군 성주읍 예산리 성주향교내 고직사 보관 비지정 문화재 ‘성주향교 향안’ 7권 도난.
▲2002년 1월13일=상주시 사벌면 하달리 산 44-1 전(傳)사벌왕릉의 돌로 만든 양모양의 ‘양석’ 1쌍 도난.
▲2002년 3월17일=안동시 길안면 대사리 안동 권씨 용만종택 장판각에 있던 경북도 유형문화재 224호 ‘영가지 및 책판’ 도난.
▲2002년 6월11일~12일=경주시 내남면 이조리 492번지에 보관 중이던 경북 유형문화재 280호 ‘최진립 전적 및 유품 7종 207점-벼루·옥로잠’과 최씨 문중 소유 비지정 전적류 500여권 도난.
▲2002년 9월 17일=경주시 강동면 양동리 223 월성손동만가옥 서백당의 고서적 ‘주역전의대전’ 등 62종 306권, 이종관씨 가옥 보관 전적 800권을 비롯, 여강이씨의 종택인 무첨당에 보관돼 있던 관복(官服)과 관자(貫子) 등 마을 6개 가옥 소장 비지정 문화재 무더기 도난.
▲2002년11월12일=청도군 금천면 신지리 335 선암서원 내 장판각 보관 보물 제 917호 ‘배자예부운략판목’ 도난.
선암서원 밀양박씨문중 보관 경북도 유형문화재 208호 ‘해동속소학판목’ 64판 중 9판을 비롯, 비지정문화재 ‘운강집판목’ 등 7종 357판 중 229판 도난.
▲2003년 4월 26일=보물 제 188호 의성군 관덕동의 ‘관덕동삼층석탑’ 도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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