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1만원어치만 넣어주세요’라는 말을 할 수 없게 된지가 오래됐다.

올들어 국제원유가가 배럴당 70달러를 넘어서면서 국내 휘발유값도 천정부지로 올라 ℓ당 가격이 1천500원선을 넘어 1천600원대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희소식은 지난해 등장한 경유승용차가 다양한 차종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지만 이마저도 경유값인상과 초기구입비용 증가 등으로 망설여지기는 매한가지다.

경유승용차가 정말 서민 운전자들의 근심을 덜어줄 수 있는지 알아본다.

커먼레일엔진 개발…소음·떨림 완화

경유승용차 연료비 절감효과 ‘상상초월’

베르나 수동 경우 1년만에 차값 뽑아

■우리나라의 경유승용차

우리나라는 지난 90년대말 IMF체제를 전후해 휘발유가격이 ℓ당 1천원선을 넘어서면서 본격적인 경유차량시대가 열렸다.

경유차량시대를 연 기아차의 카니발을 비롯 현대차의 테라칸, 쌍용차의 무쏘에 이어 2000년대 들어 기아차의 카니발시리즈와 쏘렌토와 스포티지, 현대차의 산타페와 투싼, 쌍용차의 렉스턴 등 그야말로 SUV천하를 이뤘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가 SUV들이어서 차량이 크고 비싼 데다 기름소비량도 높아 월급쟁이 서민들이 구입하기에는 다소 부담이 많았다.

현대와 기아 등 자동차 제조사들은 이같은 서민들의 마음을 덜어주듯 지난해부터 경유승용차를 본격 생산·판매에 나선데 이어 크라이슬러와 푸조 등 유럽계 차량회사들도 잇따라 국내시장에 경유승용차를 선보였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생산 ·출시되고 있는 경유승용차는 현대차의 베르나와 클릭, 소나타 등 3종과 기아차의 프라이드, 쎄라토, 로체 등 모두 6종이며, 현대차는 이달말 아반떼 경유승용차도 시판키로 하고 계약접수중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경유차량은 흔히 지프형 차량으로 일컬어지는 SUV형태였으나 현대와 기아차가 유럽시장을 겨냥해 경유승용차 개발에 나선 결과다.

특히 2000년대 들어 휘발유엔진과 같이 연료를 엔진내부에 직접 분사시켜주는 커먼레일엔진(CRDi)이 개발돼 2차례에 걸쳐 업그레이드되면서 경유차량의 최대약점이었던 소음과 떨림문제를 완화해 승용차엔진으로 손색이 없어지면서 국내외 자동차제조사들의 경유승용차 개발전쟁이 펼쳐졌다.

■경유승용차 정말 절약되나

18일 현재 대구·경북 지역의 휘발유 소비자가격은 ℓ당 1천555원선에 달해 1만원으로는 겨우 6.5ℓ밖에 넣지 못해 이제 주유소에서 ‘1만원어치 주세요’라는 말을 하기가 민망스럽다.

이에 비해 경유는 ℓ당 1천278원으로 휘발유에 비해 277원가량이 싸지만 정부가 경유가격을 휘발유가격의 90%수준으로 올린다는 방침이어서 앞으로 이 차이는 좀더 좁혀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운전자들이 알아야 할 것은 경유승용차의 연비가 휘발유승용차에 비해 최고 50%이상 높다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 경유승용차의 연료비 절감효과는 운전자들의 예상을 뛰어 넘는다.

예를 들어 현대자동차 베르나의 경우 휘발유차인 1.6VVT 수동차량의 공인연비는 ℓ당 14.9km인데 반해 경유차량인 1.5VGT의 공인연비는 무려 20.6km에 달하는 등 클릭과 기아차 프라이드 수동형 등 3개 차종의 공인연비가 20km를 훌쩍 넘어선다.

중형차인 기아차 로체와 현대차 소나타 역시 2.0VGT 수동의 경우 각각 공인연비가 17.3km와 17.1km에 달해 운전자들의 상상을 초월한다.

이들 차량이 연간 2만km운행한다는 가정하에 연료비를 계산하면 베르나 휘발유차량의 경우 기름값이 연간 235만6천60원이며, 경유차는 124만776원으로 무려 111만5천284원이나 절약된다.

같은 방법으로 기아차 로체의 경우 휘발유차량은 연간 254만9천180원인데 비해 경유차는 147만7천456원으로 107만1천724원의 기름값을 줄일 수 있는 등 국내 생산 7개 차종 모두가 연간 100만원가량의 기름값을 줄일 수 있다.(표참조)

그러나 경유차량의 경우 차량가격이 휘발유차에 비해 적게는 126만원에서 많게는 400만원가량 비싸다는 단점이 있지만 기름값부담을 생각하면 소비자들의 관심이 모아질만 하다.

실제로 휘발유차와의 가격차가 가장 적은 베르나 수동의 경우 가격차가 126만원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연간 기름값 절약액인 111만5천284원을 적용하면 그야말로 1년만에 차값을 뽑을 수 있다.

기아차 로체의 역시 경유차량이 334만원 비싸지만 연간 기름절약액이 107만원이기 때문에 3년만 타면 차값을 상계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특히 3세대 커먼레일엔진인 VGT엔진은 강력한 힘과 휘발유 엔진에 버금가는 정숙성까지 갖춰 소비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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