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6곳’ 그늘진 이웃 모두 수용못해 조바심

11일 오전 11시30분께 포항시 북구 죽도 2동에 위치한 무료 경로식당인 ‘요안나의 집’.
현관에는 비가 내리는 가운데서도 독거노인 등 150여명이 점심 끼니를 떼우기 위해 길게 줄을 지어 늘어서 있다.
대부분 몸이 불편한 노인들 사이에 간간이 젊은이들도 섞여 있었고 이들은 천주교인들로 구성된 자원봉사자들이 마련한 음식을 고마운 표정으로 받아 먹었다.
거의가 65세 이상의 노인들로서 거동이 불편한 90대 할머니와 할아버지도 밥한 그릇을 거뜬히 비워 마음을 아프게 했다.
자원봉사자인 최데레사(57·죽도성당)씨는 “그늘진 이웃에 따뜻한 밥 한 그릇으로 이들의 허전하고 외로운 심정을 달래주고 있다”며 “젊은 사람들도 드문드문 찾아와 경제가 어렵다는 것을 피부로 실감케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씨는 “몸이 불편한 배우자를 위해 봉지에 음식을 싸 가는 분들도 있다”며 “무안해 할까봐 못 본 체 하는 경우가 많다”고 귀뜀했다.
하나뿐인 아들이 돈벌이를 위해 떠나 셋방에서 혼자 사는 정임선 할머니(92·포항시 북구 죽도동)는 “그저 밥을 제공하는 이들이 고마울 뿐이다. 빨리 죽어야 하는데 명이 길어 그 마저도 마음대로 안 된다. 자식생각만 하면 눈물이 난다”며 울먹였다.
6.25 참전 용사인 권성규(78·남구 장기면), 김요한(76·북구 죽도동)할아버지도 “자식들을 외지로 떠나보내고 없어 자주 이곳을 찾는다. 식사를 제공하는 분들이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포항지역에는 무료 급식소가 6개소가 운영되고 있는데 최근 들어 점심 식사때 마다 노인들이 크게 증가해 식사를 못하고 돌아가는 경우가 적지않다는 것이다.
최근 경제가 장기 침체를 겪으면서 실업 인구가 대거 양산되고 기초생계비를 지원 받는 수급자가 늘어나고 있으나 포항시의 복지관련 예산은 오히려 줄어들어 사회 안전망이 겉돌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고령화 사회와 더불어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면서 홀로 남은 노인들이 끼니도 제대로 못 챙겨먹는 궁핍한 신세로 전락, 경로효친 사상도 경제 침체에 밀려 퇴색돼가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가 실업자, 영세민 등 생계를 위해 마련한 공공근로사업도 예산이 절반 수준으로 삭감돼 대상자가 반으로 줄어들어 실업대책이 헛구호에 그치고 있다.
11일 포항시 실업대책반에 따르면 올해 정부의 실업대책 국비지원이 줄어듦에 따라 포항시 공공근로사업 예산도 지난해에 비해 50% 삭감된 17억원에 불과하다는 것.
그로인해 절반으로 수혜자가 줄어들어 분기별로 270명씩 1년에 고작 1천80명이 공공근로사업에 투입될 예정이다.
이는 포항지역의 실업률 3%에 해당하는 8천 여명의 실업인구 가운데 13%밖에 수용하지 못하는 수치다.
또 기초생계비를 지원 받는 수급자가 7월말 현재 8천537가구에 1만6천113명에 달해 지난해 8천278가구 1천6천11명에 비해 날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이에 관심이 많은 주민들은 포항시가 적극나서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관내 독거노인과 결식아동, 실업자 등을 위한 무료급식소 확대 운영과 공공근로사업 추가예산 확보등이 시급하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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