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수현씨 숨진 역…의인정신 부활

한국인 유학생이 21일 도쿄(東京)시내 JR 신오쿠보(新大久保)역에서 술에 취해 떨어진 일본인 여대생을 구출해 일본 사회에 또다시 훈훈한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21일 오전 5시반 께 오쿠보역에 내려 화장실로 향하던 한국인 유학생 신현구(申鉉龜. 27)씨는 열차가 떠난 직후 뒤에서 무거운 물체가 떨어지는 소리를 들었다.

뒤돌아보니 젊은 여성이 선로에 떨어져 넘어져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홈에는 20여명 정도의 일본인이 있었으나 모두 어쩔 줄 모른채 발만 구르고 있었다.

신씨는 순간적으로 뛰어내려 여성을 안아 홈으로 들어 올려 구출한 후 자신도 무사히 홈으로 올라왔다.

이 역은 2001년 1월 26일 한국인 유학생 이수현(李秀賢. 당시 26))씨가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 취객을 구출하고 숨진 바로 그 역이다.

이날 일본인 여성을 구출한 신씨도 당시 이씨가 다니던 아카몬카이(赤門會) 일본어학교에 재학 중인 것으로 밝혀져 이수현씨의 의인정신이 특별한 인연으로 부활했다는 평가다.

신씨 자신도 "여대생을 홈으로 들어 올릴 때 전혀 힘이 들지 않았다"면서 "고 이수현씨가 도와준 것 같다. 묘한 인연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인이라면 그순간 누구라도 같은 행동을 했을 것"이라면서 겸손해 했다.

일본 경찰에 따르면 구출된 여성은 18세의 대학생으로 만취상태에서 선로에 떨어졌다.

구출 직후 구급차로 병원에 실려갔으나 손과 발에 가벼운 부상만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신씨는 일본에서 레저스포츠 관련 공부를 하고 싶어 작년 9월 일본에 왔다.

일본어학교인 아카몬카이 입학식때 고 이수현씨가 다니던 학교라는 것을 알고 "멋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이수현씨가 바로 그 역에서 똑같은 경우를 경험하게 된 셈.

신씨는 "순간적으로 이수현씨가 생각나 나도 구출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의식중에 평소의 몇배의 힘이 나와 여학생을 들어 올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경기도 시흥에 사는 신씨의 어머니 전명자(全明子. 48)씨도 일본 언론의 취재에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인간으로서 당연히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겸손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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