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전세계의 생산기지로 부상하면서 한국의 제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는 결국
산업 구조의 변화를 앞당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5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울산을 비롯한 한국의 대표적 공업도시들이 중국의 '저임금' 공세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는 대만, 홍콩 및 싱가포르 등 아시아의 신흥 공업 국가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한국 제조업 부문의 월평균 임금은 12% 늘어난 1524달러를 기록했지만 같은 기간 중국
제조업 부문의 월평균 인금은 111달러에 그쳐 한국이 산업기지로써의 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졌음을 증명했다.
지난주 개인용 컴퓨터(PC) 사업 부문의 중국 이전을 발표한 삼성전자의 디지털 미디어 부분
최기성 부사장은 "삼성의 제조부문은 앞으로 대부분 중국으로 이전할 가능성이 높다"며
"고부가가치 제품 제조부문과 연구 및 개발 부문을 제외한 사업 대부분이 해외로 떠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들의 중국 이전도 늘어나고 있다. 이달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전체 중소 제조 업체의 7%가 이미 중국으로 공장을 이전했으며 38%의 중소기업이
중국으로의 이전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도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한국의 외국인 직접 투자(FDI)는 2000년
152억 달러에서 2001년 91억 달러로 감소했다. 또 올해 상반기 유입된 FDI는 27억 달러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제조업을 바탕으로 국부를 키워온 한국에게 제조 부문의 약화는 중대한 위기일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제조업은 한국 경제 생산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으며 전체 고용의
26%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전체 고용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13%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한국 제조업의 쇠퇴가 한국 경제의 어두운 미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서울에서 활동하고 있는 IRC의 컨설턴트 행크 모리스는 "한국이 임금이 낮은 제조업을 장기간
유지함으로써 다른 부문의 발전을 저해해왔다"고 지적하면서 "이같은 변화는 경제 발전의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또 그는 "약 30년간의 빠른 산업화 진전을 거친후 한국의 1인당 소득은 약 1만 달러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이를 위해 한국은 서비스와 고부가가치 생산에 집중된 지식기반 경제로
체질변화를 거친 다음 일본, 중국을 상대로 경쟁해야한다"고 충고했다.
한편 바클레이즈 캐피털의 이코노미스트 도미니크 드워-프레코는 "한국의 실업률이 3.3%에서
유지되고 있으며 이는 제조업 부문의 고용 감소가 다른 부문의 고용 증가로 대체되고 있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삼성전자 PC사업 부문의 중국 이전에 대해 "PC공장을 중국으로 이전하는 반면 한국에
남는 액정화면(LCD) 컴퓨터 모니터 및 평면 스크린 텔레비전 공장에 대한 17억 달러 규모의
신기술 개발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며 "이는 한국경제가 고부가가치 산업 중심의 일본 경제의
전철을 밟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고 풀이했다.
덧붙여 그녀는 현재의 한국 경제의 위치에 대해 "한국 경제는 스스로 중국시장을 겨냥한
연구개발(R&D)과 서비스 허브로서의 위치를 잡아가고 있는 중"이라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RC의 행크 모리스는 한국 산업 구조의 변화를 위해 1997년 금융 위기 이후
진행되고 있는 경제 개혁을 반드시 지속한다는 전제가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외국인에 대한
투자와 경쟁이 자유롭도록 시장을 개방하고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더 진척시켜야하며 노조의
영향력을 줄여햐 한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은 금융 서비스와 생명공학등의 부문에서 해외투자가 줄고 있으며 이는 외국 은행과
제약업체들이 까다로운 규제환경때문에 진출을 꺼리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면서도 "제조업부문의
고용 감소가 한국 경제의 변화를 불러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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