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194명, 쪽방 거주 극빈자도 700여명

▲갈곳 없는 노숙자
15일 정오께 대구시 중구 서문교회가 운영하는 무료급식소를 찾은 김재호씨(48·경북 예천군).
김씨는 지금은 비록 노숙자 신세지만 외환위기가 오기전인 지난 96년까지만 해도 건설현장의 하도급을 도맡아하는 소위 잘 나가는 노가다십장으로 한 가정을 이끌어 가는 평범한 가장이었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건설업계 줄도산이 이어지면서 일자리를 잃고 술로 전전하다 가정을 버리고 거리로 나온 것이 벌써 5년이 흘렀다.
김씨의 하루는 하룻밤 5천원의 숙박비를 내야하는 ‘쪽방’에서 시작된다. 그나마 쪽방은 사정이 나은 편이며 이 마저도 여의지 않아 역 대합실에서 밤을 보내는 날이 허다하다.
매일 아침은 굶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점심을 제공하는 무료급식소는 반드시 찾아가야 하는 곳. 김씨는 얼마전 까지만 해도 건설공사장의 일용잡부로 일해 왔으나 찬바람이 불면서 일거리도 줄어든데다 지병인 디스크마저 도져 새벽 인력시장에 나설 엄두도 못 내고 있어 무료급식소에서의 식사해결은 생존을 위한 마지막 보루라고 했다.
▲숙지지 않는 노숙자 양산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 1일 현재 지역 5개 쉼터에서 생활하고 있는 노숙자는 194명. 지난해 같은 기간 170여명 보다 20여명이 늘어난 수치다.
그나마 이들 노숙자들은 제도권 아래에서 관리되고 있는 사람들로 제도권에서 벗어나 스스로 생활하는 사람들은 더욱 많다.
대구쪽방상담센터에 따르면 대구지역 칠성동과 비산7동을 비롯해 24개 동에 분포된 쪽방에서 거주하는 극빈자들은 700여명으로 추산된다.
여기다 쪽방에서 조차도 생활 할 수 없어 역 대합실 등지에서 노숙을 하는 거리 부랑자들도 80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돼 지역의 노숙자들은 모두 1천여명에 이른다.
▲겉도는 노숙자 정책
한끼 식사와 하루밤 잠자리를 걱정하며 거리를 떠도는 노숙자들이지만 이들 대부분은 국민기초생활보장혜택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들 대다수는 가족과 단절된지는 오래되지만 주민등록상에는 부양가족이 있어 기초생활보장수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
또 경제난으로 이미 신용불량자가 된지 오래인 이들이 기초생활보장을 받을 경우 신분과 주소가 드러나 채권자에게 노출될 우려 때문에 스스로 꺼려하는 경우도 많다.
허 실장은 “기초생활보장수급권 확대를 통한 노숙자들을 위한 정부차원의 지원대책이 마련돼야 할 시점이다”이라며 “특히 의료지원부분에서 식비 등 지원범위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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