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강의 - 서울대학교 출판부

서울대 명예교수 57명이 젊은이들을 위한 글 한편씩을 남겼다. 서울대학교 출판부가 발행한 ‘멘토(mentor) 시리즈’
이 세 권의 책에는 명예교수들의 학문에 대한 열정과 후학들을 위한 조언들로 가득하다.
‘끝나지 않은 강의’는 노교수들의 20대 청년기와 처음 사회에 발을 내딛던 때의 이야기들을 담았다.
김문한(74·건축학) 교수는 자신이 맡은 학생들이 ‘한 알의 밀알’이 되도록 가르치기 위해 고심했다. 그만큼 지도와 질책은 엄했지만 그 속에는 제자들을 사회의 지도자로 키워 내려는 스승의 사랑이 담겨 있었다.
“지도자가 되려면 자기 분야의 풍부한 지식이 있어야 하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고, 이에 더해 많은 사람의 존경을 받을 수 있는 인간적인 매력이 있어야 한다”
김용일(69·의학) 교수는 1960년대 초 난생처음 학생들 앞에 섰을때의 긴장과 학생들의 산만한 학습 태도로 인한 좌절을 떠올린다. 그는 ‘불손한 학습 분위기’를 잠재우기 위해 ‘이름 외우기’를 시작했다.
“그러자 기적적인 현상이 일어났다. 학생 하나하나의 이름을 외우고 난 뒤부터 수업 중에 학생들이 전혀 떠들지도 않고 내 강의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교수가 자기 이름을 안다는 사실에 믿을 수 없을 만큼 의미를 두었다”
지난 달 세상을 떠난 김진균(1937~2004·사회학) 교수는 자신이 걸어온 학문의 길을 회고하면서 스스로를 다그친다.
“꿈이 모두 실현되지는 않는다. 또 꿈이 모두 옳았던 것도 아닐 것이다. 내가 학문해 온 길이 과연 옳았는지 그렇지 않은지도 모른다. 허물이 많았을 것이다. 4·19 기념탑을 볼 때마다, 그리고 80년대에 죽은 학생들의 추모비를 볼 때마다”
‘내 마음의 등불‘은 자신에게 성장의 원동력이 됐던 스승들과 그들이 깨우쳐 준 삶의 지혜를 전한다.
김정순(69·보건학) 교수는 미국 유학 시절 지도교수였던 존스홉킨스대 뱅 교수를 평생의 은사로 여긴다. 특히 논문심사를 받을 때 들었던 충고는 이후 자신이 학생들에게 자주 해주는 말이 됐다.
“이 논문 내용을 너만큼 잘 아는 사람이 없다. 더구나 이 논문은 너의 논문이다. 그러니 네가 동의할 수 없는 내용은 아무리 심사위원들이 지적해도 참고(參考)는 하되 고칠 필요는 없다”
심재기(66·국어학) 교수는 자신의 ‘스승 편력 한평생’을 되돌아 보고, 진교훈(67·철학) 교수는 “파수꾼이 새벽을 기다리는 심정으로 스승이 될 분을 이리저리 찾아다녔다”고 말한다.
마지막 편인 ‘다섯 수레의 책’은 평생의 길라잡이 역할을 했던 책들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신용하(67·사회학) 교수는 ‘백범일지’에서 민족 공부의 길을 발견했다고 말한다.
또 이광규(72·민족학) 교수는 서구의 교만을 논파한 ‘야생의 사고’를, 이 환(75·불문학) 교수는 지적 방황을 하던 젊은 시절 등대 역할을 해준 ‘팡세’를 학문의 스승이자 삶의 동반자로 꼽았다.
세 권에 실린 57편의 글에는 학자로서, 스승으로서, 한 시대의 풍상을 몸소 겪은 한 인간으로서의 깨달음과 육성이 배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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