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의원 명단 선거운동 이용 불법

'탄핵 정국' 혼란을 틈타 인터넷에서 특정집단을 무조건 옹호하거나 비판하는 '훌리건'들이 활개치고 있다.
'훌리건'(hooligan)은 원래 축구 경기의 과격 극성팬을 지칭하는 말이지만 요즘네티즌 사이에서는 '특정인·집단의 우수성을 부각하기 위해 활동하는 사람' 또는 정반대로 '특정인·집단을 무조건적으로 비방하는 사람'의 의미로 쓰이고 있다.
16일 주요 국회의원의 홈페이지 조사결과에 따르면 탄핵안 가결 이후 민주당 조순형 대표의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특정단체 회장을 연상시키는 ID의 네티즌이 주제와 무관한 인신공격성 글을 빈번히 올려 다른 네티즌의 비난을 한몸에 받고 있다.
또 한나라당 홍사덕 의원의 홈페이지에서는 ID '숨은 민심'이란 네티즌이 14일하루에만 무려 12개의 글을 써 게시판을 '점거'하는가 하면, '시민'이라는 방문자는'근조 대한민국 국회'라는 똑같은 구절의 글을 8개나 반복 등록했다.
'싸데기'라는 네티즌도 홍 의원을 강하게 비방하는 내용의 글을 12개나 올려 자유게시판을 '도배'했다.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의 홈페이지에는 네티즌의 항의글에 대해 이의원측이 답변한 글에 '늙은이'라는 ID의 시민이 9개의 댓글을 등록시켜 단순한 의견제시 수준을넘는 과잉대응 양상을 보였다.
'하하하'라는 네티즌도 15일 같은 곳에 게시된 다른 네티즌의 글 14개에 일일이댓글을 등록, 비방글을 남겼다.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의 홈페이지는 탄핵안 가결 이후 항의하는 네티즌들의 접속 폭주로 서버에 이상이 생겨 며칠째 아예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한편 일부에서는 이처럼 혼란을 틈타 특정 집단이 반대편 집단의 홈페이지에 인신공격성 글을 마구 올려 '여론 조작'을 획책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일부 사이트에서는 '도배하지 말라', '게시판에 장난을 치지 말라', '알바(아르바이트생)의 목소리만 들린다' 등 특정 집단에 치우친 글을 경계하는 네티즌들의 우려섞인 비판글이 다수 올라와 있다.
또 일부 사이트에서는 '알바를 고용해서 여기저기 도배한다', '5만원을 받고 알바를 한다', 'OOO의 하수인이 게시판 도배를 하고 있다', '아르바이트비 얼마 받았는가' 등 유언비어성 폭언도 난무하고 있다.
실제 서울 중랑경찰서는 15일 인터넷에 7개월간 400여차례에 걸쳐 특정 정당·당직자에 대한 비방글을 올린 혐의로 모 정당원 정모(41)씨를 구속하기도 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경찰은 인터넷 상에서 특정 정치인을 낙선시키자거나 뽑지 말자는 식으로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의견을 개진할 경우 선거법 위반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선관위 관계자는 "단순히 명단을 인터넷에 올리는 경우에는 선거법 위반 혐의를적용할 수 없지만 당락에 영향을 미칠 의도로 명단에 의견을 개진할 경우 선거법에저촉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은 단순히 명단을 올리는 정도의 수준에 그치고 이를 선거운동에 이용하려는 징후는 발견하지 못했다"며 "욕설은 글을 올리는 횟수, 내용, 게시 기간, 목적 등을 전반적으로 고려해 수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국외대 신방과 김유경 교수는 "인터넷에서는 익명성에 근거해 책임감 없이 글을 쓰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 경우 합리적 절차와 형식을 통한 토론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여론몰이식 논의로 흐르는 것을 특히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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