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일부 학교 사실 알고도 ‘묵인’ 피해학생 더 늘어나

속보=포항지역 중·고교에서 일부 불량 청소년들이 성인 조직폭력배를 능가하는 폭력 조직을 결성한 뒤 학생들에게 주먹을 휘두르고 금품을 갈취해 오다 경찰에서 무더기로 구속된 가운데 일부 학교는 이같은 사실을 숨기기에 급급해온 것으로 드러나 폭력배를 방조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본보 16일자 사회면 보도)
특히 일부 학교의 경우 폭력조직 결성과 학생 폭행사실 등을 알면서도 아무런 대책없이 방치해 수많은 선량한 학생들이 공포에 떨면서 폭행을 당하고 금품을 갈취당하는 피해를 당한 사실이 드러나 무책임한 학교측 관계자 문책이 뒤따라야 한다는 학부모들의 여론이 강하게 일고 있다.
실제로 지난 16일 포항남부경찰서가 구속시킨 모공고 김모군(17) 등의 경우 지난해 3월 기숙사 학생들을 중심으로 ‘일진회’라는 폭력조직을 결성, 무려 198회에 걸쳐 500여만원의 금품을 빼앗아온 사실이 경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이들은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집단폭행을 가하는가 하면 매월 반마다 5만원씩의 금품을 상납토록하고 대학학생증까지 위조해 유흥업소를 출입하는 등 성인 조폭 흉내를 내냈다. 특히 이들은 죄의식 없이 범행을 저질러 온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이 학교 학생들중 상당수가 이들로부터 폭력과 협박, 금품을 갈취당해 공포에 떨면서도 보복이 두려워 신고는 상상도 못했으며 이중 몇몇 학생은 폭행과 협박을 견디다 못해 일주일씩 결석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는 것.
그러나 학교측 관계자들은 이같은 피해 사실을 알고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 불량 학생들을 되레 양성하는 계기가 됐고 피해 학생들이 더 늘어나게 된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다 이 학교 기숙사는 과거 교사들을 사감으로 정해 학생들을 지도해 왔다.
그러나 최근 고용직 경비원으로 교체, 기숙사 학생들을 돌보지 않는등 방치, 학교측이 불량학생 양성과 폭력·갈취행위를 방조했다는 책임을 면치 못하게 됐다.
이같은 사정은 시내 다른 학교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방치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경찰이 수차례에 걸쳐 관내 학교에 학원폭력을 뿌리 뽑기 위해 설문 조사를 벌였지만 별성과를 거두지 못한 배경에는 학교측에서 명예에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는 얕은 속셈으로 경찰협조를 거부하고 폭력사실을 은폐시켜 학원 폭력을 심각하게 키워온 꼴이되고 있다.
포항북부경찰서 관계자는 “과거 북부서 관내 중·고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지만 경찰이 직접 학생들을 상대로 설문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첩보를 입수하지 못했다”며 “학교측의 적극적인 협조 없이는 학교폭력을 근절하기 어려운 데도 학교 위신만 생각해 쉬쉬하고 있는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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