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선 무대는 좁다.
'한국 최초로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에 진출한 이천수(레알 소시에다드)가 올림픽 5회 연속 본선 진출을 노리고 있는 '김호곤호'의 구세주 역할을 톡톡히해냈다.
이천수는 17일(한국시간) 원정경기로 열린 2004아테네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이란과의 2차전에서 빅리거의 면모를 유감없이 과시하며 한국에 천금같은 결승골을 선사했다.
이천수는 후반 15분 조재진(수원)의 패스를 받아 페인트 모션으로 상대 수비수를 제친 뒤 상대 골키퍼와 맞선 상황에서 슈팅, 골망을 흔들면서 지긋지긋하던 한국축구의 '테헤란 징크스'를 일거에 털어냈다.
자신감에 관한한 세계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주눅들지 않은 플레이가트레이드마크인 이천수는 이날 적극적인 문전 움직임, 감각적인 패스 등 큰물에서뛰는 선수답게 농익은 플레이를 구사했다.
3-4-1-2 포메이션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장했지만 부지런히 좌우 측면을오가며 상대 수비진을 흔들었고 후배 '태극전사'는 물론 상대 선수들의 흥분을 자제시키는 등 노련한 모습도 보였다.
한국이 강한 압박 속에 스피드한 축구로 경기의 흐름을 틀어쥔 것도 이천수의빠른 움직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경기 전 "항상 골을 넣을 준비가 돼 있다"던 이천수는 전반 39분 박용호(안양)의 롱킥에 이은 조재진의 헤딩 패스를 재치있는 로빙슛으로 연결한 게 크로스바를맞고 나와 불운에 우는 듯 했다.
하지만 이천수의 골 감각은 무뎌지지 않았고 한번의 결정적인 기회를 골로 연결,자신을 철석같이 믿고 긴급 수혈했던 김호곤 감독의 기대에 보답했다.
옷 세리머니의 원조답게 "대한민국이여 일어나라"는 속옷 세리머니를 연출한 이천수 개인으로서는 스페인리그의 부진을 어느정도 날려보낸 시원스런 한방이었다.
평소 위기 때나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 분위기를 전환시켜 줄 '키 플레이어'의부재를 아쉬워했던 김 감독도 이천수의 가세로 한숨을 돌리게 됐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때 조별리그 탈락의 아픔을 겪기도 했던 이천수가 말레이시아와의 두차례 경기를 제외하고 남은 중국과의 원정 및 이란과의 홈경기에도 승승장구, 한국의 아테네 입성을 견인할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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