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용태기자

“시장(市場)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합니다. 무작정 밀어붙인다고 되는 게 아니잖아요”

아파트 분양대행사를 운영하는 모 사장은 최근 분양을 전적으로 책임지고 있는 메이저 주택업체의 고위 임원에게 ‘쓴 소리’를 하다 사업물량을 날려 버렸다. ‘침 발린’ 아부성 발언을 하지 못한 자신을 원망하지는 않는다.

“시행 및 시공사의 과도한 수익과 대형평형 위주의 분양 전략으로는 침체국면에 접어든 시장을 돌파하지 못한다”는 판단에서다.

올 초부터 대구지역 아파트 시장의 침체가 심상치 않다.

신규아파트 분양 모델하우스에는 아파트를 구입하려는 실수요자 보다 정보를 구하기 위해 기웃거리는 타업체 직원이 오히려 더 많다는 것.

심지어 최근 분양에 돌입한 한 주택업체는 분양대행사들이 “미분양이 대세”라며 모두들 손을 떼는 바람에 회사 자체 직원을 동원해 분양에 나서는 고육책을 택했다.

분양업체들이 잇따라 죽을 쑤는 바람에 대구지역 미분양은 5천400세대(5월말 현재)로, IMF 외환위기 이후 사상최대 물량을 기록하고 있다.

미분양 급증은 당사자 업체만의 문제로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단기적으로는 협력업체 부도와 미입주 물량 증가 등으로 이어지고, 장기적으로는 또다시 지역의 아파트 공급의 왜곡을 초래해 분양가 상승이 불 보듯 뻔하다.

전문가들은 가장 먼저 시행사가 과도한 사업수익의 거품을 빼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실제 수백 세대 분양사업에 수백억 원대의 수익을 책정, 고분양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특히 수요층이 얇은 40평형 이상의 대형평형 공급을 줄여야 한다는 말에 귀기울여야 한다.

주택업체들은 그 동안 호황기의 달콤했던 환상에서 벗어나 변화된 시장을 직시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그래야만 시민들도 거품이 빠진 아파트의 ‘과실’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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