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 부진의 끝은 어디인가·'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일궜던 한국축구가 단순한 전술과 목표의식 실종 등 총체적인 문제점을 드러내며 축구 강국의 명성을 퇴색시켰다.
한국은 2일 열린 열린 터키와의 평가전에서 일부 해외파 선수를 제외하고 월드컵 전사들을 대거 기용했지만 엉성한 경기운영으로 0-1로 패했다.
올해 들어 축구대표팀은 2월에 오만과의 친선전, 레바논과의 월드컵 예선에서승리를 맛보며 되살아나는 듯 했지만 이후 몰디브, 파라과이와 각각 비기고 터키에일격을 당하는 무기력함을 드러냈다.
코엘류 감독의 사퇴에 따라 임시 사령탑을 맡은 박성화 한국대표팀 감독대행은이날 문전 결정력이 좋은 안정환(요코하마)과 김은중(서울) 투톱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측면 돌파에 의한 크로스 공격만 의존하는 단순함을 벗지 못했다.
더구나 무리하게 4-4-2 포메이션을 고집해 오버래핑이 일품인 김동진(서울)과송종국(페예노르트)이 포백라인 좌우에 묶여 수비에서 공격 침투가 용이치 못했다.
또 양날개로 설기현(안더레흐트)과 정경호(울산)가 버티고 있어 김동진과 송종국은 하프라인을 제대로 넘지 못한채 포지션 선정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이처럼 선수 대부분이 양 사이드에 몰리다보니 미드필드에는 이을용(서울)과 김남일(전남) 밖에 없어 상대적으로 개인기가 뛰어난 터키 선수들에게 속수무책으로중앙 공격을 허용하고 말았다.
아울러 주장 최진철(전북)을 주축으로 이뤄진 포백라인 또한 상대 공격수 니하트 등에 자주 뚫려 마치 움베르투 코엘류 전 대표팀 감독의 초창기 포백 시스템 운영을 보는 듯 했다.
다만 수문장 이운재(수원)가 나름대로 선방했고 후반에 투입된 최성국(울산)이화려한 개인기로 어느 정도 공격의 물꼬를 터준 점은 그나마 위안 거리였다.
조광래 FC 서울 감독은 "도대체 이게 어떤 전술인지 모르겠다"며 "히딩크 감독이 세워놓은 한국의 토대가 이제는 완전히 무너져 버린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며한숨을 내쉬었다.
더욱 큰 문제점은 선수들의 투지를 찾아볼 수 없었다는 점·물론 터키가 한국보다 객관적인 실력에서 한수위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지만 선수들에게서 한일월드컵 당시에 보였던 강렬한 눈빛을 찾아 볼 수 없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더구나 이날의 평가전이 9일 베트남과의 독일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전을 위한시험대라는 점에서 6회 연속 본선 진출을 바라는 팬들의 가슴에 짙은 먹구름만 드리웠다.
조광래 감독은 "현재의 전력으로 베트남에 패하진 않겠지만 이대로 가면 추락뿐"이라면서 "감독이 누가 되든 간에 선수들을 다잡아 새 틀을 짜야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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