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5개 뒤져 후보자 1명 밝혀낸 꼴"

중앙선관위가 4.15 총선과 관련, 지난 4월10일부터 지난 3일까지 55일간 총 490건의 금융거래자료제출요구권을 발동, 이중단2명후보측의 혐의를 밝혀내 검찰에 고발한 것으로 드러나 '남발' 논란이 일고 있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4일 "4.15 총선과 관련, 불법자금 의혹이 있는 총선후보들을 상대로 501건의 금융거래자료제출요구권을 발동했다"면서 "선거자금 관련이 452건, 정치자금 관련이 49건 등이다"고 밝혔다.
앞서 선관위는 선거기간이었던 지난 4월9일까지 11건(조사대상자 20명)의 금융거래자료제출요구권을 발동, 2건을 고발하고 3건을 수사의뢰했다고 밝혔었다.
이를 고려할 때 4월10일 이후 이뤄진 금융거래자료제출요구가 490건인 셈인다.
그러나 선관위는 4월10일 이후 지금까지 대전 지역 모 정당 지구당위원장을지낸 A씨와 2일 전직 국회의원 보좌관 유모씨 등 2명을 검찰에 고발한 게 고작이다.
245개의 계좌를 뒤져서 겨우 한 명 후보측의 불법혐의를 찾아낸 셈이다.
선거기간에 이뤄진 '성적'과 비교해 볼 때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어 선관위가금융거래자료제출요구권을 실속없이 남발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물론 선관위가 돈선거를 뿌리뽑기 위해 적극적으로 주어진 권한을 행사한것이라고도 볼 수 있으나 일종의 계좌추적에 해당되는 금융거래자료제출요구 남발은 사생활 침해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신중한 권한행사가 요구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지난 총선 때 경기지역에 출마했던 한 후보는 "선관위가 선거비용실사과정에 선거 때 이용했던 슈퍼마켓에서 음료수 몇 병 산 것까지 조사하고,선거를도왔던사람들의 계좌를 무작위로 조사해 당사자들로부터 항의를 받은 바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선거에 직접 관여한 사람들에게 의혹이 있어 조사가 이뤄지는 것은이해가 가지만 뚜렷한 혐의도 없이 거래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계좌를 들쳐보는 것은 다른 논란을 일으킬 수 있는 만큼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선거직후 한나라당에서는 "선관위가 종교단체에 기부한 내역까지 계좌를 뒤지고 다닌다"는 얘기까지 나왔었다.
선관위가 이처럼 금융거래자료 제출요구권을 남발한다는 오해를 사는 것은 법규정상 미비점에서도 비롯된다.
올해 초 국회 정치개혁 협상과정에선 당초 선거비용과 관련해 후보자ㆍ선거사무장ㆍ회계책임자ㆍ후보자의 직계존ㆍ비속이나 배우자로 한정돼 있던 금융거래자료제출요구 대상을 "법에 위반해 선거비용을 주거나 받은 혐의가 있다고 인정되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로 사실상 무한정 확대했다.
또 자료제출 요구조건도 '위법에 대한 상당한 이유'라고 애매하게 규정했다.
당시 일각에선 이와같은 법규정의 불명확성에 대한 지적이 있었으나"정치권의불법자금 관행을 뿌리뽑아야 한다"는 대세에 밀려 반영되지 못했다.
특히 선관위 관계자들이 후보자나 후보자 주변인사들의 경우 선관위의 실사에 대해 사전에 철저히 대비하고 있어 불법행위를 적발하기 쉽지 않다는 이유로 후보측의 선거비용 출구인 후보와 거래한 사람이나 업체를 대상으로 주로금융거래자료제출을 요구하고 있는 것도 문제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편, 선관위는 지금까지 금융거래자료제출요구권을 발동해 후보자측의불법사실을 적발한 사례가 극히 미비하다는 지적에 대해 "아직까지 조사가 진행중이기때문"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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