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교육청 산하기관이 경북도교육연구원(안동 소재)의 사이버 스쿨이 농어촌 사교육비 절감의 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학원 다니기가 힘든 농어촌은 도시지역에 비해 방과 후의 학습 여건이 열악할 수 밖에 없는 실정.
이를 보완하기 위한 대안으로 경북도교육청이 지난 2001년부터 시도한 사이버 학습과 사이버 스쿨이 최근들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전국에서 가장 앞서고 있다는 평가를 얻고 있는 경북도교육청의 사이버 학습을 소개한다.



◇도시와 농어촌 학습 불균형 깨 버린 사이버 스쿨
경북 봉화군의 한 산골 마을에 사는 중학교 2학년 김모양. 학교는 물론 마을에도 학원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그러나 김양은 도시의 학생들 못지 않은 과외를 하고 있다.
학교에서 돌아온 김양은 해가 넘어갈 때까지 부모님의 농삿일을 거들어 드리고 나서 저녁을 먹고 컴퓨터를 켠다. 본격적인 과외가 시작되는 것이다.
김양은 올해 신학기에 들어 교장선생님의 추천을 맏아 경북도 교육청의 사이버 스쿨 학생으로 등록했다.
이 사이트에 들어간 김양은 오늘은 일본어를 공부하기로 했다. 며칠간 이 사이트에 들러지 못한 김양은 벌써 2개의 강의를 놓쳤다.
그러나 걱정하지 않는다. 지난 번 강의를 다시 들을 수 있는데다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되풀이 해서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시간으로 수업을 하는 경우에는 사이버 선생님과 대화도 할 수 있다.
경북도교육청이 농어촌 학생들의 학습지원을 위해 마련한 사이버 스쿨(http: //cschool.gyo6.net:8888)의 한 단면이다.
교육청은 지난 2001년 1억원을 투입해 이 시스템을 구축했다.
도시와 농어촌 소규모 학교간의 학습기회 불균등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 가장 큰 목적.
2002년부터 시범 운영에 들어간 이후 도교육청은 현재 자신이 만든 사이버 스쿨의 위력에 스스로 놀라고 있다.
처음에는 초등학교 4학년 수학과 5학년 과학, 중학교 2학년 국어와 수학 등 총 511차시(차시:1단위의 수업시간, 즉 정규수업의 경우 한 교시)를 개발·운용했다.
지금은 이의 두 배가 넘는 초·중등 23개 교과 1천293차시가 운용되고 있다. 또 735차시의 사이버스쿨 컨텐츠가 개발 중이다.
이 사이버스쿨엔 현재 전체 44만여명중 5%인 2만3천여명의 초·중·고 학생들이 등록‘자기주도적 학습’을 하고 있다.

◇일반 교실과 같은 사이버 교실
경북도교육청은 사이버 스쿨을 ‘일반학습’과 ‘공개학습’의 형태로 운용하고 있다.
현재 일반학습 100개 반, 공개학습 13개 반을 편성해 놓고 있는데 전문가로 구성된 126명의 사이버 담임 선생님과 사이버 지도 선생님이 협동교수 방식으로 이들 반 학생들을 지도한다.
일반학습은 학교장의 추천을 받은 학생들로 구성되며 공개학습은 불특정 다수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일반학습은 오프 라인의 학교 교실과 똑같이 운영된다. 20여명을 한 반으로 편성, 사이버 담임 선생님이 이들의 출석을 확인하고 성적도 관리한다. 또 질문과 답변이 가능하다.
현재 일반학습에는 초등학생 745명이 32개반으로 나눠 수학과 영어 2개의 과목을 공부하고 있는데 현재는 6학년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중학생은 927명의 학생이 29개 반에서 수학·일본어·환경교육 등 3과목을 공부하고 있다.
고등학생은 39 학급의 949명이 과학·수학2·물리1·화학 1·진로와 직업 등 5개 과목을 학습하고 있는 등 초중고등 학생 모두 2천625명이 사이버 스쿨의 학생으로 등록돼 있다.
공개학습의 경우 모두 2만803명의 학생들이 등록돼 있다.
이 중 초등의 경우 4학년 수학, 5학년 과학·국어·사회·영어, 6학년 과학이 운용되고 있으며 중등은 2학년만을 대상으로 수학·과학·사회·영어·국어 등 5개 과목만 공개되고 있다.
고등부의 공개학습은 현재 1학년만을 대상으로 국어와 수학과목이 운용되고 있다.
도교육청은 점차 대상 학년과 과목을 늘려간다는 방침이다.

◇일반 학교와는 다른 사이버 스쿨
사이버 스쿨이 일반 학교와 가장 다른 점은 학년 구분이 없다는 것. 이 때문에 자신의 수준에 맞춰 고등학교 2학년이 고 1과정을 들을 수도 있고 성적이 뛰어난 중학생이 고등학교 과정에 등록해도 된다.
실제로 고등학교 1학년 일반학습 과학과목의 경우 등록된 215명 중 5명이 중학생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 초등학교 5학년 수학의 경우 4학년과 6학년 학생들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사이버 스쿨 컨텐츠의 수준은 중급으로 제공되고 있다. 따라서 성적이 좋은 저학년과 성적이 저조한 고학년도 이를 이용할 수 있다. 부분적이긴 하지만 수준별 학습이 저절로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도교육청은 여건(예산)이 되면 7차교육과정에 맞춰 학년마다 수준별 컨텐츠를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사이버 스쿨의 중요한 기능 중의 또 하나는 시간과 공간의 제한이 없다는 점. 재택 학습이 가능하고 되풀이 수강, 필요한 시간 접속으로 인한 학생들의 효율적인 시간관리 등이 가능하다.

◇효과
임태한 경북도교육청 교육정보화과장은 “경북도는 농어촌 소규모 학교 수가 전체의 60%를 차지해 사이버 스쿨이 어느 지역보다 절실한 곳”이라며 “이를 통해 도시와 농촌의 학습 기회 불균등이 해소되는 것은 물론, 사교육비 절감의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또 “사이버 스쿨은 교사가 앞에서 일방적으로 설명하고 학생이 듣기만 하는 수업방식이 아니라 학생 스스로 필요한 것을 찾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을 키우고 수준별 학습이 가능하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사이버 스쿨의 이점”이라고 덧붙였다.
임 과장은 또 “현재 학생들의 반응이 적접 전달되는 코너는 없으나 특히 고교생들의 이용이 꾸준이 증가하고 있는 등 학생들이 이 사이트에 접속하는 횟수로 보아 효과가 괜찮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사이버 스쿨은 주5일제 수업의 보완기능이 있으며 농어촌 학교에 개설되지 않은 중학교의 선택교과(일본어)와 재량활동(환경교육), 고등학교의 교양(진로와 직업) 등의 교과를 운영함으로써 농어촌의 상치교사 및 미개설 교과에 대한 학습지원이 가능하다는 것도 중요한 기능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특히 고등학교의 경우 심화선택 교과를(수학2, 물리1, 화학1) 제공, 선택중심의 교육과정도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게 됐다.
임 과장은 앞으로의 사이버스쿨 운용에 대해 “오는 9월 1일에는 시스템 확충과 사이트 개편을 통해 개방형 포털형 사이버스쿨 시스템으로 한층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라며 “개방·포털형 사이버 스쿨 시스템과 더불어 사이버 가정학습 지원 서비스가 대폭 강화되면 유비쿼터스 학습사회를 한층 앞당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해결해야 할 과제
이같은 효과에도 불구 앞으로 사이버 스쿨에 놓인 과제도 많다.
우선 사용자 폭주로 인한 접속지연과 시스템 다운 등의 현상이 많다는 것.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97년에 도입된 주기종이 노후돼 시스템의 교체와 확충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와 함께 교수/학습 자료의 관리 및 공유 제공 체계가 미비하다는 점도 개선할 사항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 무학년제로 인한 수준별 학습은 실제 학년의 수준별 컨텐츠와는 엄격히 달라 학습 신청 후 학생들이 최소하는 일도 생기고 있다.
아울러 우수 사이버 교사를 확보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를 위해 인센티브를 강화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오고 있다), 시스템과 지원인력 및 컨텐츠의 삼위일체 운영이 지난하다는 점, 단위학교 교사의 비협조(사이버스쿨을 정규 수업의 보완기능이 아닌 정규학교의 대안으로 인식함으로써 오는 현상) 등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이런 문제점 어느 하나도 사이버 스쿨의 장점을 가릴 만한 ‘대의’를 꺾지 못한다 것이 교육청 관계자들의 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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