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전국농민회총연맹의 집회가 열린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수은주가 33도를 넘고 뙤약볕이 뜨겁게 내리쬐는 가운데 연단에서 목청을 돋우는 연설자와 집회에 참석한 농민·학생들은 너나 할 것없이 비 오듯 흘러내리는 땀을닦고 유인물을 부채삼아 부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러나 5kg이 넘는 진압복을 갖추고 오와 열을 맞춰 공원 주위의 인도를 가득메우고 있는 전·의경들은 차라리 부러운 눈초리로 이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10년만에 찾아온 무더위가 가장 달갑지 않은 사람들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들전·의경들· 같은 장비를 갖추고 시위대와 마주 선 이들이지만 엄밀히 전경과 의경은소속이 다르다.
광화문의 충무공 동상을 떠오르게 하는 80년대 녹색 진압복보다 진압 장비가 한결 가벼워졌지만 그래도 헬멧에 각종 보호장구까지 모두 갖추고 30도를 웃도는 도심에서 경비 업무를 보는 일은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
게다가 달아오를대로 달아오른 아스팔트의 열기까지 이겨내려면 보통 인내심으로는 어림도 없다.
경찰청은 이달초 각 기동대와 경찰서에 공문을 보내 전경들이 기존의 기동복 대신 검정색 반소매 티셔츠로 복장을 간소화하도록 지시했다.
반소매 티셔츠 위에 보호장구를 갖추도록 해서 조금이라도 더운 날씨에 견디게끔 편의를 봐 준 것이다.
서울청은 별도로 전경들에게 검정색 반소매 티셔츠 1벌씩을 추가로 보급했다.
또 집회 시작 시간보다 몇 시간씩 일찍 나와 대기하던 관례에서 벗어나 집회 1시간전쯤 현장에 출동하도록 했다.
쓸데없이 길 위에서 더위에 힘빼지 말자는 의도에서다.
혹서기에는 체력의 한계에 쉽게 도달할 수 있는 격한 훈련도 가급적 피하고있다.
7월말부터는 약 한달 동안 기동대 또는 경찰서별로 2박3일짜리 하계 야영훈련도계획돼 있다.
이름은 '야영훈련'이지만 더위에 고생하는 전경들에게 모처럼 주둔지를 벗어나 물놀이 등을 하며 '피서'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일부 지방이 38도를 넘나드는 찜통 더위를 나타내고 있는 경남 지역의 경비 관계자는 "그나마 대규모 경찰력이 투입되는 집회가 별로 없는 편이어서 다행"이라며"이런 날씨에 진압복 입고 땡볕에 서있으려면 정말 고역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요즘 진압복은 이전 보다 훨씬 가벼워져서 그나마 나은편"이라며 "날씨가 덥다고 경찰이 해야 할 일을 안하고 손을 놓을 수는 없지 않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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