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지하화 주장 첨예 대립

8월 1일로 고속철이 개통된 지 4개월이 지났다. 국민 생활에 큰 변화를 가져다 준 고속철은 지역의 발전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으나 동시에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대구 도심통과 방안을 둘러사고 대구시민들의 갈등이 표출되고 있는가 하면 역사 건립문제도 논란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고속철 공사 때문에 축산농가들이 피해를 주장하며 보상을 요구하고 있기도 하다. 대구 경북 지역 곳곳에서 고속철 공사 민원이 잇따르고 있는 현장을 점검해본다.
(편집자 주)
고속철의 대구 통과 방식은 고속철이 개통되기 전까지도 논란의 대상이었다. 시는 지난 해 전문 기관의 용역과 시민공청회 등을 거쳐 고속철 도심 통과 구간(29㎞)에 대해 지하화를 건교부에 건의했다.
그러나 최근 대전구간 통과 방식이 지상화로 결정됨에 따라 사정이 달라졌다. 지상화로 건설할 경우 시민들에게 적지 않은 이익이 돌아가도록 된 것이다.
건설교통부와 고속철도공단 등은 최근 고속철 지하건설 선로를 지상선로로 바꿀 경우 건설차액 만큼 철로변 정비사업에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대전의 경우 정부로부터 철로변 정비사업비 5천100억원을 지원받는 조건으로 지상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조해녕 대구시장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대구의 경우 7천억원 정도가 철도주변 정비사업에 쏟아질 수 있다”며 “통과노선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시의원들과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주민들의 입장을 모두 들어본 뒤 방침을 다시 정리하겠다”고 말해 지상화와 지하화에 대한 방침을 유보하고 있다.
고속철 지상·지하화 논란은 지난 달 초 대구시 서구와 북구, 중구, 동구 등 경부선 철로 인근 주민 1만5천900여명이 고속철 대구도심의 지상화를 요구하는 청원서를 대구시의회에 제출하면서부터 더욱 격렬해지고 있다.
대구시의 경우 기존 경부선 지상국철과 병행해 34㎞ 고속철 구간을 지상화할 경우 건설차액은 7천197억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돌발적인 지상화 주장으로 인해 대구지역 동·서 주민들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지상화를 요구하는 주민들은 지난 달 22일 대구시의회 건설환경위원회가 지상화 청원건에 대한 심사를 지난 16일에 이어 또다시 유보하자, 이에 반발해 23일 청원을 철회했다. 대신 이들은 추가서명인까지 포함해 1만6천97명의 이름으로 대구시에 다시 청원을 접수시켰다.
이에 맞서 동구주민 1만1천386명은 지난 달 22일 대구시의회에 기존의 결정방식인 직선 지하화를 주장하며 지상화를 반대하는 진정서를 접수시켰다.
경부고속철도 대구 통과방식에 대해 작년 7월 대구시는 시민공청회 등을 거쳐 칠곡에서 동대구역까지의 29㎞ 구간을 직선 지하화하는 방안을 대구시의 의견이라며 건설교통부에 건의했다. 그러나 올들어 서구주민들을 중심으로 기존 경부선이 함께 지하화되지 않는 상태에서의 지하화는 의미가 없다며, 경부선 철로주변 개발을 전제로 한 지상화를 요구하는 여론이 거세지면서 고속철 통과방식에 대한 논란은 원점으로 되돌아간 상황이다.
고속철도 통과방식에 대한 결정권은 건설교통부에 있으나 건교부는 대구시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한다는 방침.
지상화를 찬성하는 주민들은 “지상화로 절감한 예산을 가지고 철로변 완충녹지를 조성하고 방음벽을 설치하는 등 철로변을 개발하면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고 실현성도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지하화를 요구하는 주민들은 “7년 전부터 지하화를 고집하던 대구시가 갑자기 지상화로 돌변하는 것은 고속철도 도심통과 방식에 대한 예산을 줄이려는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으로, 이는 결국 시민들을 우롱하는 처사로밖에 볼 수 없다. 지하화의 경우 예산이 많이 투자될 뿐 공법 자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지상화 방식의 경우 정부가 각각 폭 10m의 녹지공간과 소방도로를 만든다고 하지만 시민들의 휴식공간이나 차량 이동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하고, 도시 단절 악영향을 더욱 가중시킬 것”이라고 주장한다.
주민 뿐 아니라 전문가들의 주장도 양분되고 있다.
대구대 전영평 교수 등 지상화를 주장하는 측은 “안전성과 비용, 편의성 모두 지상화가 유리하다. 프랑스 TGV도 모두 지상화로 돼 있다. 대구 도심을, 그것도 30㎞정도를 지하화로 한다는 것은 지난 해의 대구지하철처럼 안전에 치명적인 허점을 드러낼 수 있다. 소음도 기존의 열차보다 훨씬 적으며 다른 공해를 유발하지 않는다”고 강변한다.
반면 경일대 김재석 교수 등 지하화를 주장하는 측은 “기존의 경부선 철도로 동서간 발전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는데 고속철의 대구도심통과 구간을 지상화로 할 경우 남북간에 기형적인 개발이 이뤄진다. 여기에다 고속철도가 지상으로 통과한다면 토지자원의 잠식, 도시미관저해, 소음과 진동, 전파장애, 일조권침해, 환경분쟁 등 무수한 난관들이 도사리고 있다. 또 고속철도가 통과하는 주변은 동식물조차 살 수 없는 생태계의 치명적인 파괴가 예상된다. 1964년 일본 신간센을 개통하고 21년 뒤인 1985년에 현재 화폐로 3조원에 육박하는 환경피해를 보상한 바 있다.
지상으로 건설된다면 제2의 일본 신간센을 답습할 것이다. 안전문제도 과거에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들었으나 지금은 다양한 기술개발로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반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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