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농업 육성은 “국가적 과제”

현 황
친환경농업은 한국 농업의 위기를 해결하는 대세로 자리 잡았다. 이제는 친환경을 외치지 않으면 농산물은 팔리지 않거나 좋은 가격을 받지 못한다.
그러나 국내에서 친환경 농업이라는 개념이 일반화한 지는 겨우 10여년에 불과한 실정이다. 때문에 자연스럽게 친환경농업이 정착한 선진 유럽국의 경우와는 달리 아직도 국내의 친환경 농업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친환경농업은 90년대 초반까지는 민간단체가 주도했으나 90년대 후반부터는 정부가 본격적으로 개입, 육성정책을 펴고 있다. 정부에 친환경농업과가 신설된 것이 지난 94년으로 꼭 10년이 지났다. 지난 96년에는 ‘21세기를 향한 농림 환경정책 계획’을 수립하고 99년부터 친환경농업 직접지불제를 실시했다.
그리고 2001년 친환경농업육성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2002년부터는 유기농 대책을 수립하는 등 친환경 농업은 이제 농업인만의 문제가 아닌 국가적 과제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
지난 99년 이후의 친환경 농업의 규모 증가를 보면 폭발적이다.
친환경 농업을 하는 농가수의 경우 지난 99년 1천호이던 것이 이듬해에는 2천호, 2001년에는 4천호, 2002년에는 1만2천호, 지난 해에는 2만3천호로 엄청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생산량은 99년 2만7천t이던 것이 지난 해에는 33만6천t으로 13.5배로 높아졌으며 면적은 99년 1천ha에서 지난해에는 2만5천ha로 25배나 증가했다.
지금의 친환경 농업은 채소분야가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친환경농산물은 채소류가 가장 많은 17만5천t(47.8%)를 차지했다.
그 다음으로 과실류(12만t.·32.8%), 곡류(2만9천t·7.9%), 서류(8천t·2.2%), 기타 3만4천t(9.3%) 순이다.
형태별로는 친환경농업의 종착지라고 할 수 있는 유기재배가 2만5천t(6.9%)를 차지하고 있으며 전환기 유기재배 9천t(2.4%), 무농약재배 12만t(32.9%), 저농약재배 21만2천t(57.8%) 등이다.
경북도의 경우 친환경농업 인증 규모는 지난 2000년 350ha에서 2001년 832ha, 2002년 1천948ha, 지난해 4천253ha로 역시 폭증세를 보이고 있다.
전국대비 농가수는 21%, 면적은 17%로 전국 최고의 규모다.




경북도 정책
경북도는 지난 2001년부터 2010년까지의 ‘친환경농업육성 10개년 계획’을 추진중이다.
이 계획에 따라 경북도는 2005년까지 99년 대비 농약과 화학비료 사용량을 30%로 줄이고 전체농산물 생산량 대비 친환경 농산물 비중을 5%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도 축산분뇨 규제대상 처리시설을 100%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유기농업 육성을 적극 서둘러 전체 농산물 중 유기농산물의 비중을 현재의 0.2%수준에서 2005년 0.5%, 2010년에는 선진국 수준인 2.0%로 확대한다는 방안이다.
경북도는 여러 가지 친환경 농업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친환경 농업지구 조성사업의 경우 상수원 보호구역 등 친환경 농업 실천이 필요한 지역을 선정해 친환경 고품질 쌀과 채소 등을 생산토록 지원한다는 정책이다.
현재 안동, 영천 등 6개 시군에서 추진되고 있는데 2009년까지는 20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경주와 안동 등지의 20ha 이상의 친환경 쌀 재배가 집단화한 지역을 대상으로 저비용 생산을 유도하기 위해 친환경 시설과 장비 등을 지원하는 ‘생산비 절감형 쌀 생산단지 조성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한 곳당 5억원이 지원된다.
도는 또 벼재배 집단화지역인 영덕군 남정면 봉전리와 예천군 지보면 수월리를 ‘친환경 농업마을’로 조성, 마을당 3천500만원을 지원해 3년간 친환경 벼재배 기술을 집중 지도하고 있다.





문 제 점
친환경 농업의 급격한 증가에도 불구하고 구조적으로는 많은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농민들이 친환경 농업으로 섣불리 전환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친환경 농업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불안감은 우선 친환경 농산물의 수익성이 최근들어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것에서 나온다.
농림부에 따르면 지난 2000년 t당 4천280여만원이던 것이 지난 해에는 t당 1천65만원으로 75%나 하락했다.
또 친환경 농산물의 유통구조도 현재로서는 취약한 편.
물류시설과 시스템이 미비하고 유통조직별 다품목 소량 취급 등으로 과다한 유통비용이 발생되고 수급조절이 어려우며 수집 및 분산기능이 취약하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이와 함께 현재의 경북도의 경우 도내의 농사용 토양이 전반적으로 화강암에서 유래돼 노후화된 산성토양이며 여름철 집중강우와 고온 다습한 기후로 토양 및 유기물의 유실이 심해 지력이 낮고 화학비료 과다사용 등으로 질소, 인산 등의 함량이 높고 유기물 및 유효규산의 함량이 적은 등 친환경 농업을 하기에는 매우 취약한 상태라는 것도 극복해야 할 과제로 등장했다.
이들 중 무엇보다 친환경 농업 실천 농민들에게 직접적인 부담을 주는 것은 친환경 농자재 가격.
친환경 농자재는 화학비료와 농약보다 가격이 훨씬 비싸 친환경 농산물의 생산비는 일반 농산물에 비해 20~50% 이상 높고 이는 고스란히 소비자 가격으로 전해지며 이는 친환경 농산물의 안전성에 대한 불신과 함께 소비자들이 친환경 농산물 구입을 주저하는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다.
농림부도 이런 문제점을 잘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농림부 정황근 친환경농업정책과장은 지난 6월 경북대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서 현재의 친환경농업의 문제점으로 “현재의 농업 정책이 화학 비료에 대한 가격 보조를 지속하고 있어 친환경 정책과 모순되는 점이 있으며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안정성을 조사할 수 있는 시설과 장비 및 인력이 부족해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이 높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 결 방 안
경북도는 과다한 유통 비용을 해결하기 위해 오는 2013년까지 대도시 1곳에 친환경농산물 통합물류센터를 구축한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다.
또 척박한 토양을 기름지게 만들기 위해 토양개량제 등을 지속적으로 공급하고 화학비료 사용을 줄이며 녹비 및 사료작물 재배 등으로 2013년까지는 토양의 산도는 적정치인 pH 6.5(현재 5.9), 유효규산량을 130ppm(현 91) 등으로 조정한다는 목표를 정해 놓고 있다.
현재 친환경 농자재의 가격이 고가인 점을 개선하기 위해 농림부는 내년 7월부터 화학비료에 대한 차손보조금 지원은 폐지하고 농협의 화학비료 환원사업은 퇴비와 토양개량제로 전환키로 했다.
이와 함께 유기질 비료의 차손보조를 확대하기로 했다.
정부도 친환경 농업인들을 적극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농림부는 천적방제를 확대하기 위해 시설원예농가를 대상으로 내년부터는 천적구입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또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생산·저장 및 출하전 단계에서의 안전성 조사 물량 및 생산단계 유해물질 잔류허용 기준을 현재의 5만8천건에서 2013년까지 9만건으로 확대하고 248억원을 투입해 농관원 출장소 38곳에 정밀분석실을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동시에 소비자들이 영농현장을 수시로 방문해 재배과정에서부터 농산물의 안전성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키로 했다.
이와 함께 생산이력제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표준화된 기록 및 관리기준을 마련하고 고령 농민이 생산이력에 참여할 수 있도록 교육시스템을 구축키로 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서종혁 농림기술관리센터 소장은 “대부분의 농어촌 지역 기초자치단체는 재정자립도가 낮아 자치단체가 독자적으로 친환경 농업 관련 정책을 개발해 추진하기가 어렵다”며 “따라서 중앙정부의 관련 정책을 지역 프로그램화하는 노력이 필요하고 광역자치단체의 프로그램을 기초단체에서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서 소장은 이와 함께 “축산분뇨, 음식물 쓰레기, 식품가공공장의 유기성 폐자원 등을 자원화하고 이를 친환경 농가에 싸게 공급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며 “부피가 커 취급이 어려운 유기자원의 수집, 가공, 분산 등의 효율을 위해 마을 또는 읍면단위의 순환체계를 구축하고 시설과 장비 구입비용 등을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