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경북 농업, 비상구는 없는가

◇수십배 부가가치 농산물 가공
농산물을 그대로 내다 팔기보다는 여러 가지 가공을 할 경우 수십 배의 부가가치를 얻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도내의 수많은 농민들이 농산물 가공에 도전한다.
그러나 자본 부족으로 주저하는 사람들도 많으며, 용기를 갖고 정부나 지자체의 융자를 얻어 시도를 했으나 마케팅 문제를 비롯 여러 가지 예상 외의 시행착오로 중간에 도산한 농민들도 수 없이 많다.
지난 3월 본보에 소개된 경북 의성군 단촌면 후평리에서 1만2천여평의 사과농사를 지으면서 동시에 사과주를 비롯 여러가지 과일주를 제조하는 한임섭(52.<주>애플리즈 대표)씨의 경우는 특별한 예다. 그는 경북도는 물론 전국적으로 사과 등 농산물 가공에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로 인정받고 있다.
한 대표가 밝히는 ‘성공비결’은 첫 째는 사과술이라는 국내에서의 미개척 분야를 사업 대상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 분야 만큼은 기술적으로 그와 경쟁을 할 업체는 없다. 두 번 째는 대부분의 농산물 가공업체들이 가장 어려워 하는 마케팅 전략에서 그는 일단 군납으로 안정된 매출을 이룬 다음 할인점과 요식업소 등을 공략해 나갔고 앞으로는 이 유통 단계도 한 단계 더 줄인다는 계획으로 있는 등 치밀한 판매전략을 세운 후 사업을 확장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성공요인은 ‘안전장치 제품’. 그는 “이것은 틀림없다”고 믿을 만한 제품이라 하더라도 현재 잘 나가는 제품의 판매 기반을 탄탄히 하면서 새 제품의 판매처 문을 두드리고 있다.
그는 농산물 가공에 뛰어들려는 농민들에게 “이율이 낮다는 장점 하나만 보고 수억 원 대의 융자를 덥석 받지 말라”고 충고한다.
농산물 가공이 우리의 농업에 중요한 또 하나의 이유는 농산물의 수급 조절과 가격 안정에 크게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농산물 가공에 보다 많은 지원을 해야 하는 것이 바로 이 이유 때문이다.
◇경북도 농산물 가공 지원 사업
경북도는 농산물 가공을 육성하기 위해 지원 대상으로 농산물 가공공장, 일반창고, 저온창고, 기타 부속건물, 오폐수 시설, 가공기계류, 저장시설 증 개축, 포장 디자인 및 용기금형 개발 등을 선정해 놓고 있다. 현재의 융자조건은 연리 4%로 지원한도는 농가공동 업체당 7억원, 생산자 단체 및 일반업체 10억원, 용기금형 개발비 업체당 8천만원 등으로 정해 놓았다.
현재 도내에서는 186개 업체가 도의 육성정책 범위에 들어와 있다. 이들 중 전통식품 품질인증을 받은 업체는 예천 지보농협(참기름) 등 11개 업체로 이들은 김치, 된장, 젓갈, 고추장, 곶감, 메주, 청국장, 고춧가루, 간장 등을 생산하고 있다.
특히 한국전통식품 BEST5 선발대회의 입상제품으로는 영천의 (주)청보건강(금상, 고려홍삼 골드), 군위의 대구경북능금농협(동상, 능금주스), 안동의 안동북후농협(동상, 감귤, 마), 영주의 풍기특산물영농조합(동상, 풍기고려 홍삼정과), 의성의 (주)한국애플리즈(동상, 주지몽 사과주), 칠곡의 송광설중매(동상, 매실명가, 고추장) 등이 있다.
경북도는 이들 가공업체들의 내수시장 확대와 해외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해외시장 개척을 강화하는 한편 국내외 식품전시회 참여 등을 권하고 있다. 참여업체에는 부스설치를 지원하고 홍보도 도와 준다.
◇급격한 변화 맞는 농산물 유통구조
지금의 농산물 유통은 영세한 생산규모와 복잡한 유통경로로 인해 많은 유통비용이 들어간다. 또 공산품에 비해 변질이 쉽게 일어나고 계절과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으며 지역적으로 특성이 달라 가격 등락폭이 심하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공통된 이같은 문제점을 최소화하는 것이 농업의 주요정책이다.
이런 사정 속에 농산물 유통여건은 국내외적으로 급격한 변화를 맞고 있다. FTA, DDA 등 본격적인 개방화 논의는 내수시장 잠식이라는 부정적 요소로 다가오지만 한편으로는 수출확대라는 기회요인도 되고 있다.
도 국내의 소비자의 기호는 값싼 저품질 농산물보다는 다소 비싸더라도 고품질이면서 안전한 농산품을 선호하고 인터넷이나 홈쇼핑 등 편리하게 구입할 수 있는 패턴으로 변하고 있다.
또 농산물 유통업체들도 대형화하고 있으며 이들은 생산 농민들에게 일정물량의 안정적·지속적인 납품을 요구하고 있다.
◇경북도 농산물 유통 혁신 정책
농산물 유통은 산지에서 시작된다. 산지에서의 유통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산지출하의 조직화·규모화가 필수다. 이를 위해 경북도는 산지유통 전문조직과 연합사업 조직을 중심으로 산지유통 시설을 지원해 공동선별·계산·출하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또 소비지의 유통체계도 비용절감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자 경북도의 박순보 유통특작과장은 “이 단계에서의 비용절감은 경매 뿐 아니라 선취·수의매매 등 도매시장 거래제도를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지금의 도매시장 기능에 선별·포장·저장 등 물류기능을 추가한다는 생각”이라고 앞으로의 계획을 설명한다.
경북도가 이와 함께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은 우수 농산물에 대한 마케팅 지원 사업.
‘경북우수농산물’ 상표·상품에 대한 지속적 관리와 홍보 강화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이들 제품의 대도시 판매전을 열고 직거래 기반을 넓힌다는 것이다.
도는 특히 농산물의 산지유통을 강화해 지난해까지 산지유통센터 54개를 설치한데 이어 올해 13개를 추가한다는 계획이다. 이들 센터는 농산물의 집하선별·예냉·저온저장·냉장수송 등 저온유통기반을 구축, 신선농산물을 소비자에게 공급하고 농산물을 공동선별, 규격 포장화 함으로써 상품성을 높이는 일을 하게 된다.
농산물 물류 표준화 사업도 시급한 사업. 도는 노동력 부족, 교통체증 등 물류환경의 악화에 대응하여 물류표준화, 하역기계화를 추진함으로써 농산물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유통비용을 절감한다는 전략이다.
이밖에 주목받은 사업으로 ‘1지역 1명품’ 육성사업이 있다.
지역 명품으로 포항의 부추, 경주의 황남빵, 김천의 포도, 안동의 안동포, 구미의 수박, 영주의 인삼, 영천 포도, 상주 곶감, 문경 배, 경산 포도, 군위 오이, 의성 마늘, 청송 사과, 영양 고추, 영덕 대게, 청도 복숭아, 고령 딸기, 성주 참외, 칠곡 장미, 예천 국궁, 봉화 딸기, 울진 매실, 울릉 산채가 각각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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