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질서 지키기 운동뿐 아니라 기초양심 지키기운동도 벌여야 할 모양이다. 몇몇 자치단체들이 양심자전거, 양심우산, 양심거리 등을 시도하고 있는데, 대부분 실패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처음부터 잘 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이런 움직임이 시작된지 수년이 지났으면 무언가 달라진 모습은 보여야 할 일이다. 고마운 뜻을 가진 사람들이 상당한 비용을 부담해가면서 시도하는 ‘양심운동’인데, 이 뜻에 역행하는 일이 여전하다니 부끄러운 일이다.
3년전 포항향토청년회가 자전거 270대를 기증해 시청, 구청, 동사무소, 오광장, 오거리 등 시내 곳곳에 배치했다. 자전거 타기운동을 활성화하고,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 자전거를 빌려주는 일이었는데, 이를 잘 이용하고는 반납하는 시민이 적고, 심지어 쇠사슬로 묶어둔 자전거를 쇠톱으로 잘라 고철로 파는 사람까지 있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시민의 양심을 믿고 비교적 자유롭게 이용토록 했으나, 그 믿음이 과신이었음을 알고 그 후 주민등록증을 확인하고 일련번호를 붙여 반납되지 않은 자전거를 추적하기까지 했으나 결과는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고 한다.
자전거보관대에 남아 있는 것들은 대부분 녹이 슬고 부서진 것 몇대 뿐이라는 것이다. 그 황량한 모습이 바로 ‘우리 시민양심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나만 이용하고, 나만 편하면 그만’이라는 소아병적 이기주의를 대변해주는 현장이라 하겠다.
포항시 남·북구청은 2년전 민원실에 우산을 비치해두었다. 갑작스런 비에 시민들이 불편을 겪지 않게 하려는 고마운 배려였다. 그러나 한번 가져간 우산이 돌아오는 예는 그리 많지 않다고 했다. 반납하기 귀찮고 잊어버리기도 한 탓이겠지만, 조금이라도 良心을 생각했다면, 요긴히 쓴 우산을 감사히 여겨 즉시 반납했을 것이다.
동국대 포항병원과 오광장 사이의 넓은 길에는 ‘양심거리’라는 표지판이 서 있다. 그러나 이 도로는 불법유턴이 가장 많은 양심불량거리가 됐었다. ‘기초양심 지키기운동’을 시민·사회단체들이 주도해 양심이 살아 있는 도시를 만들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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