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 만의 큰 가뭄이 왔다고 해도 물 관리시스템이 제대로 갖추고 있었다면 농민들이 그토록 큰 고통을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가뭄 고통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앞으로 큰 비라도 내리면 또 어떤 재해를 당할지 걱정이다.
가뭄 성금 보내기에다 또 다시 수해민 돕기 모금을 하는 ‘한국적 비극’이 더이상 반복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그렇다면 중앙정부와 자치단체가 근본적 재해예방책에 행정력을 집중시켜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의 재해 대처능력이 임명제 시대에 비해 크게 떨어져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더욱 그렇다.
지역민들이 시설물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는데도 관계공무원들이 재해위험지구로 지정하지 않은‘안일 행정’을 올해도 답습해서는 안된다. 매년 같은 지역에서 똑 같은 모습으로 발생하는 재해, 배수장 펌프가 정상 가동되지 않아 겪는 물난리, 제방 관리의 부실 혹은 수문조절 실패에 따른 수해도 마찬가지다. 그것들이 대표적인 관재(官災)라고 지적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재해를 관재로 판단하는 근저에는 민선행정과 무관할 수 없다. 유사시 관선시대는 중앙정부 및 인근 자치단체들과 협조체제를 갖추거나 직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장점들이 있었다. 그러나 민선시대에는 중앙정부의 통제력 약화로 외부관계는 물론 내부 부처간의 협조도 약화되었다.
태풍이 북상한다는 예보가 있는데도 일부 단체장은 휴가를 가고, 공무원은 야유회를 하는가 하면, 폭우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는데도 가수를 초청, 축제판을 벌였다.
더욱이 문제인 것은 매년 지방세 수입의 0.8%씩 의무적으로 적립토록되어 있는 재해기금을 계속 모으는 자치체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선거에 도움이 되는 대형사업에는 무리를 해가면서까지 예산배정을 잘도 하지만 별로 생색 안나는 재해기금은 액수가 얼마 안되는 데도 무관심한 것이 현실이다.
어쨌든 잦은 기상이변으로 재해가 점점 다양화·대형화되고 있는 만큼 자치단체는 이에 적극 대비해 항구적 대책을 세워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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