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연설에서 나오는 公約중에는 건설관련 공약이 가장 많다. 불거지게 눈에 보이는 것이 건설이고, 그것은 주민의 편의와 경제적 이익과 직결되기 때문에 ‘약효’가 가장 좋기 때문이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 가령 ‘양심이 살아 있는 사회를 만들겠습니다’같은 것은 별로 효험없는 공약이다.
지난번의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 당시 정장식 포항시장 후보자는 ‘단 하나의 공약도 하지 않은 후보’였고, 그것이 오히려 유권자들의 호감을 얻었다. 지키지도 못할 公約을 남발했다가 空約이 되는 것보다는 차라리 공약을 전혀 하지 않겠다는 자세가 ‘솔직 순수하다’는 평가를 받게된 것이다.
지방선거가 일년 앞으로 다가온 시점이어서 입후보자들은 지금부터 얼굴알리기와 공약 구상에 분주할 것이다. 공약들은 대체로 추상적이고 달콤한 말들이어서 실현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우선 듣기에는 귀가 솔깃하다. 그러나 유권자들도 이제는 公約인지 空約인지 판단할 정도는 단련이 돼 있다. 과거의 예를 거울 삼아 판단하기 때문이다.
9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북도는 도내 7곳에서 지방도로 착공을 했다. 선거전에 공약과 함께 공사 착공이 빈번한 것은 選擧史이래 늘 있었던 일이다. 그러나 그 공사가 ‘착공은 있으나 준공은 요원한’ 것이 공통적이었다.
경북도내 7개 지방도로 공사에서도 같은 현상을 보이고 있다. 공사 진행이 어디라 할 것 없이 지지부진하다는 것이다. 한 예로, 경주시 안강에서 현곡까지의 도로공사를 보면, 98년 4월 착공하고 2005년에 준공하기로 돼 있었다. 그러나 지금 처럼 찔끔공사를 하다보면 2010에나 가야 준공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정상적으로 공사를 진행하면 안강~현곡간 4차선도로는 3~4년만에 끝낼 수 있는데, 당초 7년간으로 잡은 것이나, 3년이 지나도록 10% 진척에 그쳤다는 것은 모두 ‘선거용’이기 때문일 것이다.
어떤 국책사업을 유치하겠다거나, 무슨 건설을 하겠다는 공약들은 이미 신뢰성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다음부터는 아무쪼록 空約을 남발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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