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정부의 업무가 대폭 지방에 이양돼야 지방자치가 제대로 될 것이고, 행정기관의 업무를 민간에 많이 이양해야 작은 정부가 된다. 미국의 경우 지방사무의 비율이 전체 행정사무의 50%이고, 프랑스는 40%, 일본은 30%인데, 우리나라는 25%수준이다.
행정기관의 업무중 ‘기업경영원리’를 도입할 수 있는 업무는 이를 과감히 민간에 위탁하고, 여기서 남은 인력은 구조조정하거나 보다 효율적인 행정서비스 제공을 위해 투입하면, 지방자치 발전도 도모할 수 있고, 저비용 고효율의 행정도 펴나갈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중앙정부 권한의 지방이양과 공직사회 구조조정과 행정업무의 민간위탁의 理想이다. 그러나 현실은 뜻과 같지 않다. 치밀한 사전계획, 중앙 지방간의 협의, 자치단체와 민간간의 협조 등이 생각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통령 직속 지방이양추진위원회는 최근 41가지의 사무를 지방에 이양하기로 했고, 경북도는 360개의 사무를 이양받기로 돼 있다. 지방의 권한이 커지니 당연히 반겨야 할 일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업무가 발생하면 인력이 따라주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자치단체들은 지금 3차에 걸쳐 감원을 단행하고 있다. 일은 불어나는데, 일손은 줄어드는 모순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중앙정부는 일을 떠넘겼으니 그만큼 인력을 줄여야 하겠지만 그럴 기미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결국 ‘실속 없는 업무’들만 지방에 주고 ‘영양가 있는 업무’는 가져가려 한다는 소리를 듣게 되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 업무의 민간위탁도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경주시의 경우 민간위탁 사무 17건을 확정하고 올해 말까지 14건을 위탁완료한다고 했으나 지금까지 위탁한 것은 2가지 뿐이다. 이런 늑장에 대해 시는 ‘서두르는데 따른 부작용’을 염려해서 라고 말하지만, 시민단체들은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하기 때문’이라고 비난한다.
이기주의와 비합리가 극성스러우면 理想은 이상으로 그칠 수밖에 없고, 개혁은 숱한 부작용만 남기게 될 것이다. 국가장래를 먼저 생각하는 사고의 전환이 아쉬운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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