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의 공포가 세계를 휩싸고 있다. 방독면을 쓰고 의심스러운 우편물을 검색 소독하는 군인들의 모습이 그리 낯설지 않을 정도가 됐다. 탄저균 공포증은 이제 노이로제로 발전돼 밀가루를 보고도 놀라게 될 정도까지 됐다.
탄저균을 이용한 테러가 가시화됐다는 확증은 없지만 최근에 들어 탄저병 환자가 속출하는 것은 이를 입증한 만하다. 지난 100년간 탄저병 환자는 겨우 18명에 불과했고, 마지막 환자는 1976년에 있었다. 25년만에 탄저병환자가 급격히 발생한 것은 ‘생물무기를 이용한 전쟁’이 이미 시작됐음을 입증하는 것이라 보아도 좋을 것이다.
탄저균은 흙속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풀을 뜯어먹는 가축들에 주로 발생한다. 이 가축고기를 잘 익히지 않고 먹은 사람들이 간혹 탄저병에 걸리기 때문에 이 병이 그리 일반화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것이 무기화됐을 때는 가공할 피해를 발생시킨다. 배달된 탄저균은 몇몇 사람을 감염시키지만, 비행기 등을 이용해 도시 상공에서 폭발시키면 도시민 전체가 감염될 수 있다.
탄저병에 걸리면 석탄처럼 몸이 까맣게 타서 사망한다 해서 ‘탄저’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페니실린 등 항생제로 치료하면 완치가능하다. 그러나 호흡기를 통한 감염은 대단히 위험하다. 호흡기감염의 치사율은 90%가량 된다고 한다. 그래서 방독면을 착용한 군인들이 탄저균 검사를 하는 것이다.
지금의 전쟁은 극단적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따라서 생화학전은 앞으로 더 극심해질 것이므로 이제는 모든 사람들이 방독면을 지참하고, 음식을 극히 조심하고, 피부를 외부에 내놓지 않는 등 극히 조심을 해야 한다.
현재 자치단체들이 보유하고 있는 방독면 중 상당수가 유효기간이 지난 것들이고, 창고에 쌓아둔 채 무용지물이 돼 있다는 보도도 나온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게 여유롭지 않다. 각 가정에 우선 한개씩은 돌아갈 수 있도록 준비를 해야 할 것이고, 보건당국은 항생제를 충분히 마련해두지 않으면 안된다. 그리고 각종 생화학무기에 대한 교육을 실시해서 국민 각자가 스스로 대비할 수 있는 소양을 갖추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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