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포경위원회가 포경을 금지시킨 후 15년이 지났다. 그동안 고래는 대량으로 번식했고, 고래떼들의 游泳을 관광자원으로 삼는 국가들도 많다. 고래떼들이 물을 품으며 헤엄쳐가는 장관도 구경거리다.
우리나라는 그런 관광상품을 개발하지 않았기 때문에 고래가 지금 ‘애물단지’다. 고래 개체수가 크게 늘어 연안까지 침범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고래떼가 덤비면 연안어장은 물론이고, 오징어, 꽁치조업에도 큰 피해를 준다.
고래떼는 그물을 망쳐놓아 어장을 황폐화시키는데 이것을 보수하려면 상당한 비용이 든다. 고래가 그물에 걸려도 인위적으로 잡지 못하고 죽을때까지 기다려야 하니 그동안의 피해는 막심하다.
그런데 최근에는 출어어선들이 고래떼의 습격을 받아 조업을 포기하고 돌아오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꽁치나 오징어를 후려서 한곳에 모아놓고 낚시가 그물로 잡는데, 고래들이 불빛을 보고 찾아와 분탕을 치는 바람에 어군이 흩어진다고 한다.
고래들은 여러마리가 한 팀이 되어서 유영하다가 회유하는 어군을 만나면 그 어군을 한 곳에 후려서 모아놓고 유유히 잡아먹는 ‘조업기법’을 사용하는데, 이것은 사람의 조업방법과 같다. 그런데 고래들은 어부들이 모아놓은 어군을 가로채는가 하면 근처의 어선에도 위협적이니 ‘고래 좋은 일만 시키고’ 철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고래떼의 번식은 어업에도 위협적이지만, 해양생태계를 교란 왜곡시킬 위험성도 높다. 꽁치와 오징어는 새우를 먹이로 하고 고래는 꽁치와 오징어를 먹이로 하는 먹이사슬을 이루는데, 고래의 대량번식은 이와같은 해양생태계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지금은 동해안에 오징어가 회유하는 성어기이고, 하루 100여척의 오징어채낚기어선이 출어한다. 이 시기에 고래떼도 덤빈다. 그래서 어민들은 이런 성어기만이라도 고래포획을 한시적으로 허용해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남쿠릴열도의 꽁치잡이길도 막힌 상황에서 오징어까지 고래에 뺏긴다면 어민의 곤경은 설상가상이다. 정부와 자치단체는 이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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