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함께 숨쉬는 도시’ 이것이 도시인들의 꿈이다. 도심 곳곳에 녹지공원이 있어서 산책하기 좋은 거리, 소음이 적어 정신건강을 해칠 우려가 적은 도시, 곳곳에 박물관과 문화시설이 있어 손쉽게 마음의 양식을 얻을 도시라면 ‘도시살이’에서도 그리 삶의 질을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도시들은 그런 理想과는 많이 멀다. 대구 같은 대도시나 포항 같은 중소도시나 ‘문화적 분위기’는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대구시의 경우 지자제 이후 녹지공간을 많이 조성하고 하천도 친환경적으로 만들어서 그 성과가 나타나고 있으나, 포항시는 여전히 도심의 녹지공간이 부족하다.
‘도시 거리를 즐거운 마음으로 걸을 수 있는 수준’의 환경이 갖춰진 도시는 없지만 그래도 지금은 가로수들이 가을을 맞아 단풍으로 물들었다. 느티나무와 은행나무 단풍은 그런대로 아름답고 낙엽이 지면 정취가 한결 그윽하다.
그러나 도시거리의 정경을 결정적으로 해치는 것이 각종 홍보물과 생활정보지함들이다. 벽이나 전신주에 덕지덕지 붙은 불법광고물들은 도시의 풍경을 누더기로 만들고, 음란성 명함홍보물은 거리를 어지럽힐 뿐 아니라 청소년의 정서를 크게 해치기도 한다.
무분별하게 인도에 놓여 있어 통행에 방해가 되고, 전신주에 마구 부착돼 있는 생활정보지함들은 ‘도시의 흉물’이다. 대구시의 경우 도로점용허가를 받아 합법적으로 설치된 공동배포함은 2천300개에 불과한데, 허가 없이 설치한 것은 무려 5만개나 된다고 한다.
특히 최근에는 경쟁관계에 있는 두 정보지사가 서로의 우위를 내세우며 각각 2만4천개를 더 추가로 설치했다는 것이다. 곧 월드컵을 개최할 대구시가 흉물스런 불법 생활정보지함 때문에 외국인들로부터 “볼썽 사납다”는 소리를 듣게 돼서는 안될 것이다.
대구시는 ‘쾌적한 도시거리’ 만들기에 더 행정력을 쏟아야 하겠다. 불법을 묵인하는 것은 직무유기에 해당된다. 관계기관들과 합동으로 철거를 하고 과태료를 물리는 등 행정조치를 취하면 될 일을 가지고 구실만 내세워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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