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이웃을 보살피는 사람은 서민층이었다. 사단법인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지난해의 모금액에 비해 올해의 액수는 많이 증가했는데, 서민들이 주로 내는 지역 모금액은 지난해보다 2배가량 늘었으나, 대기업들이 많은 중앙의 모금액은 67% 증가한데 그쳤다.
서민들은 남 돕는 일에 열성인데, 대기업들은 대체로 냉담하다. 대기업 중에서도 삼성, 국민은행, SK그룹 등의 성금이 전체의 4분의 3을 차지했고, 순이익을 많이 낸 것으로 알려진 KTF, 신용카드, 홍쇼핑업체들은 모금을 외면했다는 것이다.
서민들의 ‘각별한 이웃사랑’ 이야기가 신년 元旦을 훈훈하게 한다. 대구시 검단동에서 13평짜리 낡은 아파트에 세들어사는 최성관(74)할아버지와 홍옥련(67)할머니는 겨울 혹한속에서도 보일러를 켜지 않고 춥게 살면서도 전신장애인을 돌보고 있다.
올해 54세되는 최성학씨는 20년전 몰던 트럭이 빗길에 전복돼 전신마비되고 귀까지 먹게 되었다. 그 최씨에게는 가족이 없었다. 최성관할아버지 부부는 다친 최씨가 고향사람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지금까지 대소변을 받아주며 목욕을 시켜주는 등 가족처럼 보호해주고 있다.
10년전만 해도 자원봉사자들이 많이 찾아주었고 성금을 내는 사람도 더러 있었으나 IMF이후에는 그 발걸음이 거의 끊어졌다고 한다. 냉방이 추운것보다 냉혹한 인심이 더 추운 노부부이다. 계단과 문지방이 없어 휠체어가 다닐 수 있는 1층집에 사는 것이 이 노부부의 새해소망이다.
20년 세월 고향사람을 위해 사생활을 모두 볼모잡힌 채 봉사해온 이 가난한 노부부의 소망이 ‘十匙一飯의 도움’으로 성취되었으면 한다.
새사랑봉사회 경주시지부 손봉순(65)회장은 올해 경주시 문화상 수상자로 선정돼 받은 상금 200만원을 이웃돕기에 내놓았다. 투병중인 학생, 소년소녀가장, 야간학교, 여성단체협의회 등에 고루 나눠주었다. 손회장은 평소에 고아 10명을 양육해 결혼까지 시켰으며, 결혼 못한 동거부부 138명에게 한복을 선물하기도 했다.
연말연시 음식점 마다 흥청거렸다. 예년에 비해 소비경기가 많이 나아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그와는 반대로 불기 없는 냉방에서 남을 위해 고통을 감수하는 노부부도 있고, 자신의 이익보다 어려운 이웃을 먼저 생각하는 봉사자도 있다.
人間이 사는 사회는 약육강식이 지배하는 정글의 동물사회와는 다르다.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사회, 사람간의 情이 흐르는 사회, 도와주고 도움받는 인간관계가 살아 있는 사회가 바로 人間社會인 것이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