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장관이 바뀔때마다 어업구역 개편론이 나온다. 부산·경남지역의 ‘기업형 어선’인 오징어 꽁치잡이 대형트롤선과 멸치잡이 권형망어선이 동해에서 조업하게 하려는 것이 그 목적이다.
한·러, 한·중, 한·일 어업협정에서 불리하게 돼가면서 그 영향을 심하게 받는 부산·경남 어선들이 그 손실을 동해에서 보상받으려는 것이고, 상대적으로 약세에 있는 동해안 어업인들은 생존권을 지키려 몸부림을 치고 있는 것이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들은 “현재의 조업구역은 지역간 분쟁을 유발하고 전체 수산업 발전을 저해하므로 연근해 어업의 조업구역 개편이 불가피하다”면서 부산·경남 어선의 동해 越線을 시사하고 있다. 그러나 조업구역문제가 거론될 때마다 동해안 어민들은 분노를 금치못한다.
엄청난 어선세력과 어획강도를 가진 부산·경남 어선들이 덮칠 경우 동해안 어민들의 파산은 불을 보듯 뻔하고, 바다먹이사슬의 기초를 이루는 멸치가 싹쓸이 될 경우 이를 먹이로 하는 오징어와 꽁치 또한 고갈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것은 동해어민의 몰락에서 끝나지 않고 동해안 어업의 파멸을 불러오고 종국적으로 한국어업 전체의 共滅을 불러올 수 있는 것이다. 원양에서 어장을 잃고 있는 한국어선들이 국내연안에 집중될 때 어자원 황폐화는 自明한 일이다.
지난해 동해안의 멸치가격은 매우 높게 형성됐었다. 멸치 어획량이 크게 떨어졌음을 의미한다. 그것은 과학적 조사연구에서도 입증됐다. 오징어의 영양상태를 조사해본 결과 지방질이 많이 부족했고 육질이 메말랐는데, 이것은 멸치를 제대로 먹지 못한 탓이었다. 오징어 위장속에 멸치가 거의 들어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바다먹이사슬의 붕괴를 의미한다. 바다생태계가 파괴된다는 것은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먹이사슬의 기초인 멸치를 더 이상 남획해서 안된다는 것을 말한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부산·경남의 권형망어선들이 대거 동해에 몰려들어와 멸치를 잡도록 한다면, 이것은 결코 ‘理性적인 어업정책’이라 할 수 없다.
트롤어구인 대형끌그물로 바다 밑바닥을 긁어낼 경우 저층 수산생물까지 씨를 말릴 것이고, 특히 동해안 어민들이 쳐놓은 그물과 통발 등 각종 어구의 훼손은 불가피하다. 이렇게 되면 우선 동해안 어업이 파산하고, 다음 동해 어자원이 고갈될 것이며, 결국 한국어업의 궤멸을 불러오고 말 것이다. 해양수산부는 부산·경남의 힘 있는 어업인의 논리만 수용할 것이 아니고 한국어업의 장래를 내다보는 정책을 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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