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공항 계류장에 서 있는 海松이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올해 완공을 목표로 진행되던 공항 확장공사가 이 나무로 인해 중단되고 있다는 것이다. 언덕위에 서 있는 이 해송은 수령이 300년가량 되는 노거수다. 공항 탑승출구에서 마주 보이는 소나무인데, 떠나는 승객들은 이 소나무를 바라보면서 비행기에 오른다.
이 나무는 당초부터 이 마을의 수호신같던 당산목이다. 공항이 들어서기 전 마을이 형성될 무렵, 처음 이 마을에 터잡은 入鄕祖가 동구밖에 심었던 것이다. 입향조는 처음 터를 잡을 때 나무부터 심는 것이 관례였다. 그것은 결코 샤머니즘적 발상에서가 아니라 자연숭배 정신이 ‘당산목 심기’로 표현됐던 것이고, ‘나무에도 精神이 있다’는 사상의 발현이기도 하다.
당산목은 그래서 신성시됐던 것이고, 점점 자라 그늘을 드리우면서부터는 ‘마을회관’의 기능도 했다. 마을의 제반 문제를 논의하는 장소였고, 정월 초하루나 명절에는 당산나무에 제사하고 축제를 벌임으로써 ‘정신적 지주’로서 혹은 ‘공동체의식을 심어주는 主體’로 인식되었다.
‘나무도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은 지금 과학적으로 實證되고 있다. ‘나무를 천대하고 남벌하는 나라는 반드시 망한다’라는 말은 이미 ‘산림정치사’가 입증하고 있는 바이다. 古代사회에서는 나무를 ‘神이 내려오는 길목’이라 생각했다.
포항공항 탑승구 앞에 서 있는 소나무는 그래서 소중한 유산이다. 이 나무 탓에 확장공사가 중단되고 있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베내면 그만이라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동양적 자연존중사상에서 보면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특히 이 지역 주민들의 情緖에서 보면 더욱 그렇다. 그리고 이 나무는 탑승객들과 정이 든 친구다.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확장공사도 진행돼야 하고, 항공기 이착륙의 안전도 생각해야 하고, 관제탑의 시야도 확보해야 한다. 그리고 물론 나무도 살려야한다. 이 나무를 신성시하는 주민들의 정서도 고려해야 하고 건설공사도 차질을 빚지 않게 하는 방법은 이 나무를 적절한 장소에 옮겨심는 것이다. 移植비용을 항공청에서 부담한다는데, 移植할 경우 나무가 죽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으나 지금은 이식기술이 많이 발달해서 문제될 것이 없을 것같다.
공항 확장공사가 마무리지어진 후에 ‘공항확장 기념공원’을 조성하고 이 나무를 그 기념식수로 활용하면 될 것이다. 공항입구에 기념공원을 만들고 그 한가운데 이 당산목을 심어두면 이 나무들은 ‘포항공항의 안전을 지켜주는 堂山木’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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