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시가 쓰레기대란 직전이다. 영천시‘서부동 쓰레기매립장’이 동민들에 의해 무한봉쇄되면서 갈곳없는 쓰레기들은 길거리와 가정에 쌓여 있지만 시가 마련한 대책은 ‘쓰레기생산을 자제하라’는 코미디다. 신속히 처리돼야할 음식물 찌꺼기 등 생활쓰레기가 도시환경과 시민들의 건강을 해치지나 않을 지 걱정이다.
그러나 우리가 정작 심각하게 우려하는 것은 지금의 쓰레기분쟁이 아니다. 쓰레기분쟁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망국적 소지역이기주의다. 이대로 가다간 지방자치의 장래 그 자체가 의심스러워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소지역이기주의를 가장 시급하게 척결해야 할‘발등의 불’로 인식하는 思考의 대전환이 절실히 요청된다.
영천시 쓰레기분쟁은 크게 두가지 교훈을 주고 있다. 첫째는 우리 지방자치가 한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뼈속깊이 만연돼 있는‘크고 작은 님비현상’을 반드시 뿌리뽑아야 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자치단체장의 결단력있는 리더십이 무엇보다 중요한 자치의 덕목이라는 점이다.
그렇게 볼때 쓰레기매립장을 봉쇄하고 있는 서부동민들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이들은 그 간의 희생도 희생이지만 시당국의 우유부단한 정책행보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는 것이다. 대체매립장문제를 이미 지난 95년부터 모색하였고 99년에는 완산동으로 확정해놓고도 완산동, 고경면 등 지역이기주의에 발목이 잡혀 우왕좌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서부동주민들의 요구는 타당성이 있다.
원래 계획대로 한다면 2002년부터는 새 매립장으로 대체되었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다. 지금부터 서둘러도 2004년목표에 도달하기 어렵다. 여러 정황으로 볼때 문제의 매듭은 완산동민이 풀어야 한다고 본다. 지난 30년동안 서부동민이 감수한 고통을 이해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옳다. 내가 싫으면 남도 싫다. 내것은 하나도 희생하지 않으면서 자치공동체를 외치는 것은 자기모순이다. 서부동이나 완산동은 공히‘지방자치는 운명공동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할 것이다.
시민들에게만 맡겨서는 골을 더 깊게 할 수도 있다. 특히 이 문제의 처리 여부는 향후 장기적인‘영천시정책결정의 기본틀’이 될 수도 있는만큼 소지역이기주의에 휘둘리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 선거를 앞둔 시장으로서는 손대기 싫은‘뜨거운 감자’가 틀림없지만 전임자의 市政을 이어받은 자신의 책임도 있음을 명심하고 소신있는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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