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투명행정의 表徵이라고까지 여겨졌던‘단속실명제’가 유야무야되고 있다. 만연된 사회부패가 위험수위를 넘어서자 정부는 부랴부랴 부패방지법을 만들었고, 2년전부터 전국 각 시·군들이 그 취지를 행정적으로 밑받침한다는 차원에서 도입했던 게 단속실명제이다.
단속대상업소마다 출입검사기록부를 비치하고 단속시간, 단속공무원의 실명을 기재함으로써 단속대상인 업소와의 유착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뿐만 아니라 투명한 단속과정의 담보와 함께 단속결과에 대한 책임소재까지도 분명히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기대가 컸었던 행정부패방지장치였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2년이 지난 현실은 어떤가. 시작만 요란했을 뿐 이었다. 대구시나 각 구청 등은 단속실명제를 용도폐기처분한지 이미 오래다. 어떤 구청은 실시 한달만에 ‘공무원의 신변보호’ 명목으로 서랍 속에 집어넣었다고 하니 어처구니가 없다.
단속실명제가 있는지조차 모르는 업소가 있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 모른다. 부패를 예방한답시고 기껏 법과 제도를 만들어놓고는 정작 필요한 관리는 뒷전이다. 정부는 정부대로 관리감독에 무관심하고, 일선에 나서야할 자치단체들은 순전히 그들 입맛대로다.
온갖 사회악들의 온상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는 유해업소들에 대한 지속적인 통제와 단속은 사회안녕을 위해서 절대적이라고 할 만큼 중요하다. 수많은 단속에도 여전히 살아남은 업소들의 부패가 오히려 더 기승을 부리는 것은 단속주체인 공무원들의 안일한 정신자세와 검은 유착에 큰 원인이 있다. 다시 말해 양적 단속만 있었지 질적 단속은 없었기 때문이다.
단속실명제의 실패원인은 첫째 정부의 실천의지 부실, 둘째 시행상의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검토 부재, 셋째 이 제도가 근본적으로 공무원들에 대한 불신에서부터 시작했음을 간과했다는 점이다. 공무원들이 바로 서지 않는한 굴절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이 이 제도의 태생적 한계다.
단속실명제가 공무원의 비리를 은폐시키는 포장지로 사용되는 폐단이 많다는 일각의 지적이 있지만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것이 낫다. 문제는 제도의 세심한 관리다.
지금부터라도 정부가 확고한 실천의지를 보이고, 공무원들 역시 자신의 책무를 자각하고 흐트러진 정신자세를 다잡을 필요가 있다. 업소 스스로의 자정노력도 요구된다. 소비자인 국민들의 의식개혁이 모든 노력에 우선해야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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