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예산을 쓰기 위한 공사관행이 아직 숙지지 않고 있다. 남은 예산만큼 다음예산편성에서 삭감되는 우리나라 예산정책의 관행탓이다. 남을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어도 이것이 감안되지 않으니 문제다. 그래서 행정관청에서는 불필요한 공사를 벌여 예산을 낭비하는 것이다.
지방선거가 몇개월 앞으로 다가온 이 시점에는 선심성 공사가 남발되기도 한다. 날씨가 풀리니 관급공사가 더 빈번해질 수도 있다. 시민들과 언론들은 이런 부류의 공사가 없는지 감시의 눈을 잠시도 게을리해서 안될 것이다.
우려했던 일이 실제로 나타나고 있다. 대구시 동구청은 지난달부터 4억5,000만원의 예산으로 인도석 교체공사를 하고 있으며, 차량진입 방지석인 ‘볼라드’ 249개를 설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도블럭 교체는 자치단체들이 흔히 쓰는 ‘예산쓰기 수법’이다. 부서지거나 아귀가 맞지 않아 비 오는 날 물이 튀어올라 바지를 버릴 정도라면 교체가 불가피하지만, 더 쓸 수 있는 것까지 걷어내고 바꾸는 것은 ‘의혹’이 있다고 보아지는 것이다.
값비싼 대리석으로 만들어진‘볼라드’를 세우는 것도 요즘 말썽이 많다. 그런 것 아무리 세워두어도 ‘인도에 차를 세우는 불법주차’는 여전하고, 보행인들이나 자전거 통행에 오히려 불편하니, 효과 없이 불편만 가중시킨다.
대구시 동구청은 이런 공사를 하면서‘주민의 보행권 확보와 주민들의 요구’에 의한 것이라는 핑계를 내세운다. 그러나 주민들은 그런 요구를 할 이유가 없다고 한다. 공사현장의 인도의 너비는 6m이상이니 보행에 전혀 불편이 없고, 인도에 주차된 차량도 거의 없다는 것이다.
대구시 수성구청도 예산낭비성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소식이다. 지난해 7월이후 270개의 볼라드를 세운 수성구청은 올해도 8억원을 들여 왕금네거리, 중동교, 청구네거리, 수성네거리를 연결하는 구간에 이를 설치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행정관청이 이처럼 불요불급한 예산을 집행하는가 하면, 이미 조성해놓은 시설도 부대시설 부족과 관리부실로 무용지물로 만드는 사례가 있다. 예천군은 한천체육공원과 문화회관을 지어 청소년쉼터를 조성했는데, 지금 청소년들이 사용을 기피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전시행정에 예산낭비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고 한다.
‘시민의 혈세’를 쓰는 일은 ‘자기의 돈’ 쓰는 일보다 더 신중해야 한다. 납세자들이 어려운 경제사정속에서 어렵게 낸 세금을 함부로 낭비한다는 것은 ‘공무원의 도덕적 해이’이며 용납할 수 없는 악덕이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