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들의 도덕적 해이가 극도에 달하고 있다. 정부는 공직기강 해이를 집중 단속한다지만 결과는 항상 공염불이다. 지난 25일 대구시 한성빌딩에서 일어난 화재와 4명이 목숨을 잃은 참사는 소방당국의 직무유기가 한 원인이었다.
음주끝에 시비가 있었고, 난로에 연료를 넣던 사람이 화김에 난로를 걷어찼고, 그 불은 순식간에 번졌으며, 불은 30분만에 잡혔으나 4명이 목숨을 잃었다. 신속히 진화됐음에도 불구하고 그처럼 많은 생명을 잃게된 원인이 무엇인가.
다중이용시설에는 반드시 비상구가 있어야 하는데 이 건물에는 그것이 모두 막혀 있었고 유도등도 없었다고 한다. 비상계단으로 통하는 통로와 입구 층층에 수십개의 사무실이 불법임대돼 있어서 대피로가 막혔고, 그 사무실들의 문이 잠겨 있어 비상구는 무용지물이었다 한다. 게다가 비상계단으로 연결되는 문조차도 닫혀 있고, 계단 곳곳에는 입소의 물품들이 통로를 막고 있었으며, 비상계단 끝 1층에는 출구가 담벼락으로 막혀 있어 비상구로서의 구실을 전혀 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한다.
이와같은 상황은 나치가 유대인들을 학살하던 ‘가스실’과 흡사한 구조이다. 불이 나면 건물안은 독가스로 가득찬다. 사무실 집기와 내부장식물과 각종 물품들 중에는 탈때 유독가스를 내품는 것들이 많다. 연기속에 섞인 이 유독가스는 순식간에 사람을 질식시킨다.
신속하게 대피하는 수 밖에 없는데 그 대피로를 막아놓고 있다는 것은 곧바로 ‘아우슈비츠 가스실’을 만들어놓고 있었다는 말과 같다. 이것은 간접살인 정도가 아니라 고의살인이라 해도 과히 틀리는 말은 아닐 것이다. 4층에서 불이 났을 때 5층에 있던 두 여성이 대피할 길이 없어 화장실 창문을 뜯고 뛰어내리다 목숨을 잃은 것은 그래서 더 가슴이 아프다.
이런 참상을 발생시킨 것은 소방당국의 직무유기 탓이 크다. 2년전에 소방점검을 한 후 그동안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고 단 한번의 점검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수십개의 사무실이 불법임대돼 비상구를 막고 있는데도 당국은 이를 모르고 있었거나 알고도 묵인했다는 의혹도 있다.
소형난로는 화재위험이 높아 고정시키도록 지도하고 있지만 이번 화재는 바로 그 지도가 제대로 되지 않았음을 말한다. 소방점검과 지도를 하지 않거나 형식적으로 한 탓이다. 건물주는 이익만 생각하고, 불이 나도 보험처리하면 되니 안이한 태도를 취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소방당국이라도 제대로 점검 지도를 해야한다. 재발방지를 위해서라도 책임자는 엄히 처벌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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