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명문대학들은 입학은 쉬우나 졸업이 어렵다. 학점관리가 매우 엄격해서 일정 수준에 오르지 못하면 낙제를 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10년만에 대학을 간신히 졸업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우리나라의 대학들은 ‘간판획득’이나 ‘취업준비 기관’의 성격을 가진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외국 명문대학들은 ‘학자 양성’이나 ‘전문인 배양’이 목적이다. 그러므로 이런 대학들은 일정수준의 능력을 갖추지 못하면 卒業을 시키지 않는다.
우리는 일본의 교육풍토를 답습한 탓으로 ‘입학은 어렵고 졸업은 쉬운’ 체질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학생들도 입학을 위한 공부에는 갖은 고초를 다 감수하지만, 일단 입학하면 ‘공부와 원수 진’것 같은 심리가 되어서 대충 떼우려 한다.
입학하기 어렵다는 서울대학의 경우에도 ‘자격미달의 학생’들이 상당수 들어왔다는 소식이다. 이공계 학생들 중에 수학실력이 낙제여서 ‘학업수행에 지장이 많은’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대학입시제도가 크게 잘못돼 있다는 반증이다.
그래서 2005년부터 서울대학은 영어나 수학 등 필수과목에서 일정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학생들은 아예 입학을 시키지 않는 제도를 채택할 것이라 한다. 잘못된 교육과 부적절한 입시제도 탓에 자격미달의 학생들이 ‘당당히 합격’해서 대학생이 되는 일을 방지하려는 것이다.
입학의 관문을 엄격하게 하는 것도 좋지만, 더 중요한 것은 졸업을 어렵게 하는 성적관리이다. 지난날 대학에서 운동권학생들이 득세를 할 때는 성적관리가 크게 난맥상을 보였다. 운동권 간부급 학생들은 수업을 잘 듣지도 않고도 학점취득에 문제가 없었다. ‘대자보에 붙지 않기 위해’혹은 ‘취업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교수들이 후한 점수를 주었던 것이다.
지금은 그 풍토가 많이 사라졌다. 대구 경북지역 대학들이 엄격한 성적관리를 하고 있다는 보도이다. 성적미달로 제적되는 학생들이 적지 않고, 성적부진으로 학사경고를 받는 학생도 전체학생의 5~6%나 된다고 한다. 이런 현상은 1학년 1학기에 가장 많고 학년이 올라갈 수록 줄어드는 경향이라 한다. ‘입시공부의 악몽’이 끼치는 악영향이 나타난 것이다.
우리나라 대학도 경쟁력을 갖추려면 ‘졸업이 어려운’ 대학체질로 개선돼야 한다. ‘학문을 평생의 業으로 여기는 자’만이 대학에 들어가고, 그런 취향을 가지지 않은 학생들은 각각 다른 방향으로 가는 선진국들의 풍토를 따라갈 때가 온 것이다. 대학졸업장을 ‘인생의 장식품’으로 여기는 관념에서 벗어나는 것이 대학정상화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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