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째 지연돼온 영천등기소 이전문제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다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가 논란의 대상이 되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 등기소를 이전할 만한 이유나 명분이 별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등기소는 국가공익기관이다. 따라서 이를 옮기기 위해서는 몇가지 분명한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영천등기소 이전문제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현 등기소의 장래성 부분이다. 영천등기소공무원들이나 시민들의 판단대로라면 현재의 등기소는 현재의 등기수요에 대한 수용성이나 장래성에서도 전혀 손색이 없다.
등기업무 자체가 전산화돼 있어 현재의 업무공간만으로도 민원 처리에 별 어려움이 없다. 또 등기소의 부지면적이 518평이나 돼 대부분 500평 이하인 다른지역 등기소에 비해 오히려 넓다. 시세 확장으로 등기수요가 증가하고 민원인이 가져야할 ‘민원공간’이 더 필요할 경우에도 2~3억원의 예산이면 현위치에서 증축이 가능하다.
또하나 중요한 검토대상은‘移轉의 경제성’여부다. 현실적으로 영천등기소 이전에는 20억여원 이상의 막대한 도시계획 변경비용이 필요하다. 가뜩이나 열악한 재정에 허덕이고 있는 영천시로서는 부담이 클 것이고, 결국 시민들만 불필요한 예산낭비요인을 떠안는 상황이 될 게 뻔하다.
교통문제 등 시민의 편의성 문제 역시 동시에 고려돼야 하지만 현위치나 신축예정지로 거론되는 부지나 다 ‘거기서 거기’다. 이상의 점들을 종합해볼 때 등기소의 이전보다는 현위치를 살리는 방안이 훨씬 더 현실적이고 경제적이라 생각된다. 옮기는 것이 그대로 있는 것보다 월등히 낫지 않으면 옮겨서는 안된다.
사정이 이렇듯 빤한데도 굳이 이전문제를 공론화시키고 관철시키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항간에는 해괴한 이야기까지 들린다. 지금까지 대구지법원장이 5명이나 왔다갔다는 것이다. 바쁜 공무를 쪼갤만큼 영천등기소이전문제가 비중있게 다루어져야할 사안인지 의문이다.
시민들은 혹여 이 문제가‘정치적 거래’로 흘러가는 것은 아닌가 주시하고 있다. 심지어 영천시장후보공천과 맞물려 있다는 시각까지 시민들 사이에 떠돈다. 등기소 신축예정지로 거론되는 부지가 얼마전까지만해도 공천경쟁에 가세했던 현 한나라당 모 부위원장의 소유지이기 때문이다. 거듭 말하지만 등기소는 영천시민이 만족하면 된다. 현실적 타당성도 없는 사안을 강행하려 한다면 시민들의 저항에 부딪힐수 밖에 없다. 오얏나무 아래서 갓을 고쳐쓰지 않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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