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의 정치적 中立’을 헌법에 명시한 것은 직업공무원제를 확립하기 위함이다. 사회가 分化되지 않던 옛시절에는 ‘정상적인 사고능력을 가진 사람’이면 누구나 공직을 수행할 수 있었기 때문에 정치의 변화에 행정의 변화가 따라갔다.
그러나 지금의 사회는 매우 복잡다기하고 전문화돼 있기 때문에 ‘직업공무원제’를 채택하지 않고는 원만한 행정을 해나갈 수 없다. 아무나 행정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차근차근 행정을 공부하고 경험한 직업공무원이라야 행정을 차질 없이 해나갈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래서 ‘정치판도가 어떻게 바뀌어도 행정부가 제자리를 지키게 하는 제도’를 마련하지 않을 수 없었고, 헌법에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명시하면서 ‘직업공무원제’로 나아가게 됐다. 미국과 일본이 대표적인 데, 통치자가 아무리 바뀌어도 행정부는 동요를 하지 않는다.
6월 지방선거가 3개월 앞으로 다가온 지금 우리의 고질병인 ‘공무원 줄서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공무원도 ‘정치적 의사표시’ 를 할 수 있지만 그것이 순수한 의사표시가 아니라 ‘一身상의 이해득실’을 따진 것이기에 문제이다.
인사권을 쥐고 있는 자치단체장에게 어떤 평가를 받을 것인가 하는 문제는 그 공무원의 ‘득표능력’에 좌우될 수 있으므로 줄서기는 불가피할 수 있다. ‘누가 유망하냐’ 를 정확히 판단해서 열심히 선거운동을 해준 공무원이 승진도 하고 요직에도 앉는 사례가 드물지 않다.
‘줄을 잘못 선’ 공무원들이 소외당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기업인도 마찬가지로 ‘눈치 잘 봐서 줄을 잘 서는 일’에 소홀할 수 없다. 시장·군수에게 잘못 보였다가는 ‘임기동안 단 한 건의 수주도 못얻어’ 회사문을 닫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경북도선관위에 따르면 지난 2월 현재 선거법위반 혐의로 적발된 공무원이 김천, 구미, 경산, 청도, 봉화 등 5개 자치단체에 7건이라 한다. 자치단체의 예산으로 지원하는 비료포대에 시장을 표시한 스티커를 부착한 예, 준공식 축사에서 해당 자치단체장의 업적을 노골적으로 홍보하는 공무원, 자치단체장의 연두순시에 참석한 지역유지들에게 음식물을 제공하는 일, 치적홍보 인쇄물을 배부하는 일 등등 공무원들이 개입하는 예가 비일비재하다.
누가 자치단체장이 되든 흔들리지 않은 행정조직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치단체장이 먼저 ‘형평성 있는 균형감각’을 가져야 하고, 공무원들은 눈치보기와 줄서기를 자제해야 한다. 그리고 주민들의 예리한 감시의 눈이 필요하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