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이 되면 고로쇠나무가 수난을 당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나무에 구멍을 뚫어 수액을 빼먹는 바람에 나무가 말라죽는 일까지 있어 관청에서는 허가제로 통제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고로쇠 수액을 팔아 농가소득을 올리기도 하지만, 허가받지 않은 사람들이 전국의 산으로 몰려다니며 마구 수액을 뽑다가 경찰에 단속당하는 일이 잦다. 한편에서는 나무를 심고, 한편에서는 죽인다.
부산 사람들이 경주시 산내면 문복산까지 와서 무단으로 수액을 채취하다가 경찰에 잡혀 입건되기도 했다. 이들은 수액 판매업자들로 전국을 돌아다니며 무분별하게 수액을 채취하고 있었다.
원정 온 수액 판매업자 뿐 아니라 지역주민들도 불법 채취를 자행하다가 경찰에 적발되는 일이 흔하다. 군위군, 성주군, 영양군, 경산시, 김천시 등 경북 전역에서 수액을 불법채취하다가 산림법 상의 임산물 불법채취 금지조항에 걸려 단속되는 사례가 줄을 잇는다.
이런식으로 수액을 뽑아먹다가는 고로쇠나무를 비롯한 ‘수액 많이 나는 나무’가 남아남지 않을 것같아 경찰이 특별단속에 나섰다. 3월초부터 4월말까지가 수액이 많이 나는 철이므로 이 기간동안에 허가받지 않은 고로쇠 채취 판매업자를 집중단속, 나무를 보호하려는 것이다.
고로쇠나무는 단풍나무과 낙엽활엽교목이다. 키는 20m정도이고, 잎은 사람의 손바닥 모양 둥글고 5갈래로 갈라져 있다. 5월에 담황색 꽃이 피고 9월에 열매가 맺히는데 그 모양이 흡사 작은 프로펠르처럼 생겨 특이하다. 생강나무중에도 고로쇠나무와 비슷하게 생긴 ‘고로쇠생강나무’나 있는데 이 나무도 ‘수액이 많이 나는 죄’로 봄철마다 수난을 당한다. 자작나무에도 물이 많이 나므로 이를 뽑아 고로쇠 수액이라며 팔아먹는 사람들도 있다.
한방에서는 楓糖(풍당·단풍나무 당분)이라는 이름으로 약제로 쓰기도 한다. 위장병과 폐병에 좋다는 것이다. 그러나 ‘성인병에 좋다’는 근거는 없다. ‘당분이 조금 든 생수’일 뿐이므로, 물에 설탕 조금 타서 마시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그런데 사람들이 온갖 ‘효능’을 덧붙여서 소비자들을 현혹시키고 있는 것이다.
수액은 ‘나무의 혈액’이다. 사람들의 공연한 허욕 때문에 나무들은 봄철마다 ‘피’를 뽑히고 있다. ‘나무도 정신을 가지고 있다’는 말은 통설이다. 그 나무의 피를 빼먹는 ‘흡혈귀’가 복받기를 바랄 것인가. 나무도 화가 나면 복수를 한다고 말하는 식물학자들이 많다. ‘설탕물 비슷한 물’을 먹자고 나무를 괴롭히는 짓은 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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