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관련 법률을 흔히 ‘고무줄법’이라 부른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될 여지가 많은 법이이기 때문이다. 같은 事案을 두고도 不法으로, 合法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 또한 선거법이다.
그래서 선거에 나서는 사람들로서는 혼란스럽기 짝이 없다. 그것은 ‘선거법의 해석’이 그만큼 어렵고 애매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선진국의 선거법을 보면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다. 그것은 ‘해석의 기준’이 명확하게 서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그 해석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그래서 선관위 직원들 조차 해석이 구구각색이고 혼란을 느끼면서 유권해석을 내리는 과정에서 곤욕을 치르며, 不法과 合法이 애매모호하게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입후보 예정자들은 더 갈피를 잡을 수 없는데, 그것은 한편 ‘법망을 피해나갈 여지’가 많다는 뜻이다. 따라서 ‘교활한 지혜’를 잘 발휘하는 쪽이 유리해줄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지금 출마예정자들이 가장 혼란스러워하면서 많은 불만을 표하는 것이 ‘자치단체장의 행사 참석 범위’이다. 法상 현직 단체장은 선거 180일부터 선거일까지 ‘공공기관이 주최하는 행사에는 참석할 수 있지만, 민간단체가 주관하는 행사에는 참석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그런데 문제는 ‘공공기관의 행사와 민간의 행사’를 확연히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가령, 언론사가 주최하는 행사는 ‘민간 행사’지만 그 성격은 ‘공공적’이라 해서 단체장의 참석이 合法이다. 또 공무원들의 체육대회나 등산대회는 ‘공공기관의 행사’지만 ‘개인적 성격’이 짙다해서 참석할 수 없다. 이와 유사한 사례는 비일비재한데, 선관위는 이에 대한 유권해석의 기준을 명확히 해두어야 할 것이다.
‘구청장은 차량확성기를 이용하고, 구의원은 휴대용 확성기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도 현실성을 결여한 것이다. 확성기란 성능에 따라 소리의 높이가 다른데, ‘소리의 크기’에 따라 규정하지 않고, ‘확성기의 종류’에 따른 것이 문제다.
행정관청이 실시하는 각종 ‘교양·체육대학’이 선거법에 저촉되느냐의 여부도 선관위마다 해석이 다르다. 여성교양대학이 법에 어긋난다 해서 중지시킨 지역이 있는가 하면, 장수체육대학은 아무 문제 없이 운영되는 지역도 있다.
선거가 혼탁하고 불탈법이 난무하는 것은 선거관련법이 혼란스러운데 그 원인의 상당부분이 있다. 이를 명확히 하는 일부터 착수해야 선거의 선진화도 이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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