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호조에 힘입어 지역건설경기도 활기를 띠고 있는 것은 반가운 조짐이다. 갓 침체에서 벗어나 기지개를 켜고 있는 지역경제현실에서 건설경기 특히 주택경기가 되살아나고 있다는 것은 지역경제의 본격적인 회복을 알리는 청신호다.
다소의 우려는 있으나 지금 대구·경북지역의 각급 자치단체들이 앞다투어 크고 작은 관급공사를 발주하고 있는데, 주택경기까지 가세한다면 지역경제는‘침체의 늪’에서 더 빠른 속도로 견인될 게 분명하다. 위축돼 있던 소비심리를 이완시키고 막혀있던 자본의 흐름을 원활하게 뚫어줌으로써 기업으로 善순환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지역건설시장의 실상이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지역건설시장의 구조가 우리의 기대대로 돌아가지 않고 심각한 상태로 왜곡돼 있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지역건설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 외지건설업체들이라는 점이다.
지역자본의 역외유출이 엄청나리란 것은 자명하다.‘경제의 혈액’인 돈이 지역에서 돌지 않는다면 궁극적으로는 지반이 허약한 지역경제구조에 돌이킬 수 없는 심대한 충격을 가할 수도 있다는 점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더욱 기가 막히는 것은 분양컨설팅이나 설계 수익마저도 지역업체의 몫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들 외지 건설업체들은 대부분 분양컨설팅이나 설계까지도 외지업체와 파트너십을 맺고 들어오기 때문에 거의 전물량이 이들에게 넘어가고 있다.
걱정스러운 것은 또 있다. 지금 대구 등지에는 서울 등 외지의 ‘떳다방’이 들어와 지역주택시장을 혼란시키고 있다. 청약률을 비정상적으로 끌어올려 가격경쟁을 붙이고 자신들은 차액을 챙겨 빠져나가는 식이다. 대부분 투기꾼들인 이들이 부추긴 주택의 가수요는 주택가격은 물론 정상적인 부동산전반의 가치까지 왜곡시킨다.
투기심리가 일어날 것이고, 지역경제는 바닥을 다지기도 전에 거품에 휩싸일 것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허약한 지역경제가 국내경기 전반의 회복속도와 보조를 맞추지 않고 앞서나간다면 거품의 위험에 노출될 확률이 더 커진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대구나 포항 등 대구경북지역의 건설활황국면은 지역경제가 놓쳐서는 안될 모처럼의 기회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상에서 지적된 것들을 그대로 방치해 둔다면 재주는 지역이 부리고 이익은 외지에서 챙기게 된다. 물론 지역건설업의 기반이 현저히 약화돼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 하더라도‘무대만 제공하는 꼴’이 돼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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