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영인단체들이 각국의 부패지수를 측정한 자료를 매년 발표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항상 ‘부패상위권’에 들어 있다. 대통령도 청와대회의에서 “부패한 나라는 발전이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정권말기에 들어서면서 그동안 덮여져왔던 부패현상들이 속속 드러나 국민들은 “역시 마찬가지구나” 자탄을 한다.
정부는 부패방지위원회를 구성하고 특검제를 도입하는 등 부패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데, 이러한 노력이 꾸준히 지속되느냐 중간에서 흐지부지되느냐에 따라 그 성패가 가름될 것이다.
부패방지를 위해서는 우선 제도적 장치가 제대로 마련돼 있어야 한다. 그 제도들 중에서 ‘주민감사청구제도’는 지방자치제 실시와 함께 관심의 대상이 됐던 제도였다. 중앙의 부패만이 문제가 아니라 지방의 부패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1999년 12월 처음으로 주민감사청구제도를 실시했다. 집행부의 권력남용과 공익을 해치는 행정편의주의 등 자치제 발전에 장애가 되는 행태들이 발견됐을 때 주민들이 연명해서 감사를 청구할 수 있는 제도이다.
그러나 제도를 만들어두기만 했을 뿐 이를 활용한 예는 극히 드물다. 이 제도를 만든 주체가 ‘감사의 대상’이 되는 행정부이기 때문에 ‘제 발등 찍는’ 제도를 제대로 만들었을 리 없다. 규정을 매우 까다롭게 해서 손쉽게 감사를 청구할 수 없게 만들기도 하고 혹은 아예 청구 자체가 불가능하게 만들기도 했던 것이다.
‘20세 이상의 주민 60분의 1이상’이 연명해서 청구토록한 규정을 충족하기는 너무나 어렵다. 그래서 지금까지 주민감사를 청구한 것은 단 한 곳 뿐이다. 98년 성주군민들이 “종합쓰레기처리장 위치를 집행부가 자의적으로 변경해 11억3천여만원의 재정손실을 입었다”며 감사를 청구했고, 공무원 4명이 문책을 받았다.
이 제도가 활성화되고 지역행정이 바로되려면 청구에 필요한 인원수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 여론이다. 경북도에서도 문제점을 인식하고 청구인수를 대폭 낮추도록 기초단체에 권고하고 있는데 반응은 대단히 소극적이다.
감사청구가 돼도 감사주체는 자체 감사부라는 것도 눈감고 아옹이다. 팔이 안으로 굽으니 그 자체감사가 제대로 될 리 없다. 어렵게 청구한 감사인데 그 결과가 ‘쥐 한 마리 잡는 정도’라면 이 제도는 실효성이 없다고 봐야 한다. 부패를 척결하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있다면 ‘청구인원 축소, 상위기관 감사와 감사원 감사’를 주저할 이유가 없다. 자치법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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