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포항시 북구 용흥동 482-1번지 우방아파트 맞은편 산은 허리가 반쯤 절개된 채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다. 지난 97년 8월 11일 임대아파트를 건립할 목적으로 착공된 것인데 아직까지 방치되고 있다. 착공과 동시에 사업자의 부도로 공사가 중지된 채 세월만 보내고 있는 것이다.
공사현장은 한마디로 흉물 그 자체다. 절개지 사면은 피복이 벗겨져 나가고 흙더미가 군데 군데 흘러내리고 있다. 이제 곧 장마철인데 걱정이다. 이미 98년 9월 태풍 예니에 의해 산사태가 발생한 적이 있기 때문에 이대로 방치할 경우 막대한 인명과 재산상의 피해가 우려된다.
산사태 발생 당시에도 이미 붕괴사면에 대한 안전성 검토와 함께 보강대책을 강구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예측불허의 산사태위험성이 잔존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도시미관도 해치고, 포항시의 이미지도 적지않게 손상시키고 있다.
그러나 정작 우리가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은 이런 것들이 아니다. 왜 이처럼 비합리적인 사태가 초래되었는가 하는 것이다. 그 당시 많은 포항시민들이 이 지역의 교통여건상 적절치 못하다고 건의했지만 당시의 포항시는 시민들의 의견을 귀담아 듣지 않았고 이곳에 임대아파트공사를 강행했다.
그런데 결과는 어떠한가. 멀리 내다볼 줄 모르는 주먹구구식 행정의 결과가 바로 현재의 상황이 아닌가. 지금 이 지역 주민들이나 깎아내린 절개면에 바로 접한 도로를 통행하는 시민들은 언제 닥칠지도 모를 산사태의 위험 속에 내팽개쳐 있다. 더욱이 절개면 바로 앞도로에는 시내버스승강장이 있고, 고압전신주까지 서있다. 위험도 위험이지만 예산낭비는 또 얼마인가.
한시바삐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현재의 포항시행정당국으로서도 속수무책인게 사실이다. 전임 박기환시장이 시행한 일이기는 하지만 이를 마무리할 도의적 책임이 있는 정장식시장이 이 현안과제를 조속히 해결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해왔지만 이미 이 사업에는 후임자가 해결하기에 어려운 여러가지 본질적인 난제들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공사중단 상태이므로 일방적인 사업승인취소가 곤란하기 때문에 새로운 사업자 선정 등 사업의 방향틀기가 사실상 어렵고, 주채권은행인 주택은행에서 사업권을 취소하지 않는 이상 경매절차의 진행도 곤란하다는 것이다. 한푼이라도 아껴야할 시민의 혈세를 이처럼 허비해도 되는 것인가. 이는 시행정을 책임진 시장의 무능력과 근시안적 思考의 산물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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