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날이 밝았다. 한국의 16강 진출이 결정지어질 것인가, 아직 험난한 길을 한참 더 가야할 것인가, 그것이 오늘 10일 대구 월드컵 한-미전에서 결정된다. 16강 진출은 실로 민족적 소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월드컵 1승을 48년만에 달성했고 마침내 16강이 되고 내친김에 8강까지 가고 싶은 것이 우리의 소망이다.
애초 우리는 미국은 약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미국이 포르투갈을 꺾고 1승을 기록함으로써 우리와 승률이 같아졌다. 히딩크감독은 “미국을 만만히 보지마라” 누누히 강조했고, 선수들도 “미국은 강팀이나 우리는 체력에서 앞선다. 그리고 우리는 더운 날씨에 연습을 많이했기 때문에 여름경기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승률이 같을 때는 골 득실을 따지기 때문에 우리는 이번에 미국과의 접전에서 점수차를 크게 벌여야만 16강에 무난히 진입할 수 있다. 포르투갈은 미국에 졌지만 여전히 유럽의 강호이고 우리에게는 버거운 상대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10일 운명적인 한판 승부를 앞두고 선수와 국민들이 흥분에 들뜨게될 것은 물론이다. 더욱이 우리는 지난 2월의 동계올림픽에서 미국 오노선수의 ‘할리우드 액션’때문에 금메달을 뺏긴 아픈 기억과 함께 미국에 대한 악감정을 가지고 있다.
10일의 대구 월드컵 한-미전에서 우리국민은 격한 감정을 폭발시킬 가능성이 여러모로 높다. ‘반드시 미국을 이겨야 하고, 이겨도 큰 점수차로 이겨야 한다’는 것이 절대절명이 召命이다. 히딩크감독은 “한국선수들은 흥분을 잘 한다”고 걱정했고, 그것은 우리 국민 모두 같다.
지나친 흥분이 사고를 불러서는 안되겠다. 경비기관에서도 이번 대구 한-미전에서는 특별 경계를 할 것이라 한다. 아직 특별한 첩보는 없지만 너무나 중요한 경기이기 때문에 테러목표가 되거나 난동이 벌어질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이러한 위험요소를 가지고 있는 ‘달구벌 大戰’이므로 응원전에 참여하는 관중들은 최대한 자제력을 발휘하지 않으면 안된다. 상황이 어떻게 나쁘게 돌아가더라도 자제력을 발휘해야 한다. 흥분과 난동은 상황을 더 나쁘게 몰아간다.
지난 6일에 있은 월드컵 대구 개막식에서 대구시민들은 훌륭한 시민의식을 보여주었다. 입장에서 퇴장까지 질서정연한 모습을 보였으며, 관중석에 쓰레기는 하나 없이 지정장소에 수거되었다.
10일의 한-민전에서도 이와같은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기대한다. 경기와 응원과 질서의식에서 모두 승리하는 대구 한-미전이 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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