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52돌이 월드컵 열기 속에 묻혀지나갔다. 그 어느날보다 생생히 기억돼야할 이 날이 뒷전으로 밀려난 것은 마침 독일과의 준결승전이 있었던 날이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전쟁에 대한 우리의 경각심이 점차 희박해지고 있다는데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민족의 가슴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 날이 바로 이 날이다. 잊을 수 없고 잊어서도 안되는 아픔이 이처럼 쉽게 잊혀져 가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오늘 우리가 월드컵 4강신화를 쓰게 된 것도 따지고보면 우리 선조들이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조국을 지켜냈기 때문이 아닌가. 지금도 그때의 傷痕은 여전히 지워지지 않고 있다. 생사조차 모른 채 남과 북으로 흩어진 부모와 자식, 부부와 형제가 상봉하기를 학수고대하며 절박한 심정으로 혼곤한 삶을 지탱하고 있다.
그런‘민족통한의 6.25’를 우리는 벌써 망각하고 마지못해 건성적으로 시늉만 하는 기념일로 전락시키고 있는 것이다. 대구에서는 대구시재향군인회가 시민회관에서 제52주년 기념식을 가진 것 외에는 별다른 행사가 없었고, 대구시내 각 구·군도 24일 오후 보리주먹밥을 나눠주며 6.25의 고통을 되새긴 것이 고작이었다.
경북도도 경북도재향군인회가 의성군 문화체육회관에서 기념식을 가졌을 뿐이다. 관심뿐만 아니고 예산도 빈약하기 그지없다. 한마디로 6.25가 우리 사회의 기억 속에서 점차 지워져가고 있는 것이다. 극소수 참전용사들만의‘집안행사’로 오그라든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우리에게 있어서 6.25는‘잊혀져가야하는 과거’가 아니라 항상 가슴에 되살려야 하는‘영원한 현재’이다. 그런 점에서 참으로 우려스러운 것은 앞으로도 이 땅에 남아 조국을 지켜야할 세대인 우리 젊은이들에게서 6.25를 찾을 수 없다는 점이다. 지금도 월드컵 열기에 취해 있는 저들은 할아버지와 아버지들이 흘린 뼈저린 눈물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불행히도 한반도에는 아직도‘봄’이 오지 않았다. 열강들의 각축구도도 여전히 치열해 국가의 안녕을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결코 아니다. 또한 인내하기 힘든 고통을 안겨줄 뿐인 전쟁은 언제나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전쟁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있어야 한다. 이제 시간이 흐르면 과거세대는 떠날 것인데 남은 세대가 그 아픔을 모르니 걱정스럽다.
6.25가 6.25세대의 것만으로 끝나서는 안된다. 우리에게 영원히 필요한‘생존의 교훈’이기 때문에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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