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13지방선거는 전례 없는 불·탈법으로 얼룩졌다. 기초단체장 당선자의 42%가 수사대상에 올랐거나 수사를 받고 있으며, 재판에 계류돼 있다. 대구시 8개 구·군 단체장 당선자 중 5명이, 경북도 23개 시·군 단체장 중 8명이다.
또 입후보자들 중에는 전과사실이 있는 사람들이 상당수였다. 도덕성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단체장 혹은 지방의원을 하겠다고 나서는 후안무치한 자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전과자가 지도계층’이 되겠다고 마음먹는 것 자체가 우리의 타락한 선거풍토를 대변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당선자중에서도 비리연루 의혹을 사고 있는 사람들이 일부 있는데, 이런 사람들이 어떻게 당선됐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선진국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혈연 지연 학연 등 情宜的 요소가 크게 작용하고, 금품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선거풍토에서는 후보자의 자질과 도덕성이 잘 고려되지 않는 것같다.
최근 영덕시민연대가 시의적절한 성명서를 발표했다. “일부 지도자들의 그릇된 권력욕으로 지역분열과 정치·행정부패의 표본이 돼 군민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고 있다”고 말하고, 억대의 헌금과 뇌물수수혐의에 대해서도, 음모다, 사실이 아니다, 강변하는데 대해 분노하며, 검찰은 수사를 확대하고 철저를 기해주기를 촉구하는 내용이었다.
또 성명서에는, 서민들은 먹고살기 위해 쌀 한됫박을 훔쳐도 감방에 가는데 지도층들은 엄청난 부정을 저지르고도 뻔뻔스럽게 거리를 활보하니 무슨 법이 이런 법이 있느냐고 개탄하고 있다. 말하자면, 작은 도둑은 걸리고 큰 도둑은 유유히 빠져나가는 법망이라는 뜻이겠다.
시민연대는 또 검찰은 김우연군수의 뇌물수수사건을 철저히 수사해 그 진상을 군민에게 명백히 공개할 것, 6.13지방선거관련 지역의 한나라당 공천자들에 대해서도 공천헌금 의혹을 철저히 수사할 것, 부정과 부패에 연루된 김찬우의원과 김우연군수는 즉각 사퇴할 것 등을 요구했다.
이처럼 물의가 빚어지고 있는 가운데 영덕군수는 대규모 취임식을 치렀다. 군단위 기관 단체장 30여명과 각계각층 인사 700여명을 초청하고, 궁중무용 공연, 어머니합창단 축가, 삼사공원에서의 축하만찬 등으로 거창한 취임식을 거행했다.
대부분의 자치단체장들이 소박하고 조촐하게 취임식을 치렀는데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영덕군수의 이런 모습은 이해하기 어렵다. 자숙하는 대신 기세를 더 올리겠다는 의도 같은데, 이런 행동은 결코 목민관의 자세가 아니다. 이런 人士가 어떻게 당선됐는지 그 또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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