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우리 국가사회는 참으로 많은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그 가운데 특히 주목되는 것은 이른바 R세대의 등장이다.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이 낸‘R세대의 등장과 국가·기업의 과제’라는 보고서는“개방된 장소를 선호하며‘나’보다는‘우리’라는 개념을 선호한다”고 R세대의 사회문화적 특성을 해석하고 있다.
월드컵 기간 내내 도심의 대로를 매우고 홍수처럼 도도히 흘렀던‘붉은 파도의 주인공들’이 바로 이들이다. “Be the Reds!” 이들에겐 붉은 티셔츠 한장만으로도 서로 마음이 통했다. 서로 목표가 같았고 감동이 같았고 그래서 하나가 될 수 있었다. 이들‘붉은대열’엔 나는 없었고 오직 우리만이 존재했고, 같이 울고 웃었다.
이들은 자신만의 개인주의를 버렸고, 폐쇄된 공간도 과감히 버렸다. PC방을 뛰쳐나와 드넓은 광장으로 내달렸고 서로 다른 모두가 모여 하나가 됐다. 그런데 이들 대부분은 불과 며칠전까지만 해도 인터넷 PC방 등 밀폐된 공간에서 극도의 개인주의에 탐닉하던 N(Network)세대였다.
그런데 한달이라는 짧은 기간에 이들은 자신들의 과거를 송두리째 벗어버린 것이다. 국가나 사회적 관심사에 무관심하고 자기자신에게만 집착하던 이들이 월드컵에 눈을 돌리고 우리 태극전사들의 일거수일투족에 정성을 다 쏟았다는 것은 또하나의 신화창조라고 해도 틀린말이 아니다. 월드컵 내내 이들은 애국자였고 민족이라는 운명공동체의 든든한 지지자였다.
그러나 R세대에 대한 지나친 기대는 금물이다. 우선 R세대는 월드컵 이전의 N세대와 연령층이나 대상이 거의 중첩돼 있고, 월드컵이라는 타율적 계기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태생적 한계가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한 현대문화 자체가 고도의 폐쇄성과 은밀성을 내재하고 있고 지금까지의 문화적 영향을 완전히 떨쳐낼 수 없다는 점에서 언제 또다시 예전의 자리로 회귀할지 모를 일이다.
다만 한가지 우리에게 희망을 주는 것은 극단적 개인주의성향을 보여왔던 N세대가 월드컵을 계기로 전혀 다른 성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사회가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얼마든지 개인적 청소년문화를 공동체문화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해주고 있는 대목이다.
따라서 우리는 앞으로 이번 R세대의‘문화적탈바꿈’과 같은 건강한 세대문화를 사회내에 정착시키기 위해 개방적이고 참여적인 문화형성의 계기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내는데 총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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