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의 각종 위원회가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 현재 도내에 설치된 위원회는 모두 79개나 되는데 얼마나 비생산적인가하는 것은 지난해의 활동현황을 살펴보면 다 드러난다. 한번의 소집도 없는 위원회는 분쟁조정위원회 등 24개에 이르고, 한번 모임을 가진것도 19개에 이른다.
특히 그 가운데 농어촌특별대책위원회, 교통안전대책위원회, 지방고용심의위원회, 중소기업육성기금융자위원회, 외국인 투자유치협의회 등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역할을 해야할 위원회들이 이름만 내걸고 휴면상태란 점은 도민들이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농어촌특별대책위원회의 경우 농어업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경북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위원회라고 할 수 있다. 현재의 우리 농어업은 갈수록 국내외적으로 곤경에 처해 있다. WTO체제 출범이후 미국이나 유럽 등의 농업메이저들에 의해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조차도 산업간 비교우위에서 뒤쳐지고 있는‘존망의 기로’에 서있다.
고질적인 쌀값 파동을 비롯해 최근에 터진 중국산 마늘협상파동 등 시급한 대형현안들이 산적해 있는 게 경북의 농업현실이다. 지혜와 노력을 총동원해도 될까말까한 위기상황에 직면해 있으면서도 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위원회가 무엇인가. 도민들의 의견 수렴창구와 道政의 정책적 조언자로서, 때로는 압력단체로 나서야하는 것이 위원회의 본분 아닌가.
소임이 이렇듯 막중한데도 ‘따끔한 목소리’ 한번 내지 않았다는 것은 참으로 실망스럽다. 그러나 이들 위원회만 탓할 것은 못된다. 경북도에 오히려 더 큰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다. 경북도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가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조언을 구하고 현재의 마늘위기를 타개해나갈 수있는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었더라면 이들 위원회가 이렇게 무기력하고 현실감각 없는 존재로 전락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자신들이 서 있는 위치가 어디이고 무엇을 어떻게해야 한다는 것쯤은 위원회의 기본상식인데도 심지어 어떤 위원은 자신이 위원으로 위촉된 사실조차 모르고 있는 한심한 형편이다. 농민들은 전부터 정부나 경북농정의 실속없는 말잔치에 줄곧 실망해오고 있다. 고민하지 않고 무엇을 얻기 바라는가. 중앙정부의 눈치만 살피지 말고 도민의 애환을 걱정하고 살펴주는 진정한 경북도정의 모습을 보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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