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갈수록 공직사회의 문턱이 낮아져간다. 지방자치제의 역사가 깊어져갈수록 확연히 달라져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여간 다행스럽지 않다. 중앙집권시대 그리고 권위주의시대를 거쳐오면서 우리의 공직사회는 위압적이고 경직돼 있어서 官廳이라면 ‘거리감’부터 느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민선시대에는 그런 구태가 차츰 사라져가고 있는 것이다.
경북도의회는 이달초 개원하면서 ‘열린의회’를 표방했고, 의원들이 순번제로 출근해 상시근무체제를 시도했는데, 출범 1개월만에 2개 지역 주민들의 방문을 받고 지역현안문제를 논의하기에 이르렀다. 지역민들이 궁금해하는 사항들에 대해 의원들이 의견을 제시하고, 필요하면 담당 공무원에게도 자세한 설명을 듣기도 했다.
22일에는 칠곡 동명 주민 20여명이 도의회를 방문해 도시계획 등에 대해 자세히 묻고 의견을 들었으며, 29일에는 구미지역 주민 20여명이 또한 도의회를 방문, 산동면의 폐기물매립장 관리건축물에 대한 설명을 듣고 주민들의 뜻이 관철될 수 있도록 의원들에게 당부를 했다.
이러한 현상은 주민들이 이제 도의회를 신뢰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서 이야기해봐야 소용 없더라”라 든가 “도의원들이 무슨 힘이 있는가”라 든가 하는 생각을 버리고 “도의원들이 도민의 의견을 잘 반영해주더라”라는 인식에 도달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다시 말해서 ‘도의회의 존재가치’를 제대로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또 한편 참신한 모습의 ‘자치단체장像’을 보여준 시장도 보인다. 대다수의 자치단체장들이 관료출신인데, 그 중에는 순수 민간인 출신의 시장도 있다. 관료출신의 단체장은 경륜이 풍부해서 행정능력을 잘 발휘하는 장점도 있지만 다소 권위주의적인 면도 있지만, 민간인출신 단체장은 ‘시민과 직원 친화적’인 장점도 있다.
윤영조경산시장은 권위주의적 스타일을 완전히 벗고 말 그대로 ‘봉사자적 자세’를 가진 단체장이다. 결재받으러온 부하직원에게 자리를 권하고 나갈때는 문밖까지 배웅하며 격려의 말도 해준다. 복도에서 만나는 직원들에게 머리숙여 인사하고, 전용차운전기사와 비서진들도 퇴근시간을 지키도록하며 일과후의 행사에는 손수운전을 한다. 출근시간에는 민원실을 들러 직원들과 담소를 나누며 거리감을 좁힌다.
바람직하게 변화된 모습들이다. 친절교육 열번보다 단체장의 실천이 더 효과적이다. 하위 직원도 당당히 의견을 말할 수 있고, 주민들도 거리낌 없이 요구사항을 제시하는 공직분위기가 계속 살아나야 한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